엄마가 오늘은 막내 연희를 꼭 보러 와야 하는데
이른 아침 공장에 가기 위해 일찍 일어난 15살 첫째가 그러니까 큰 언니 숙희는 밥상을 차리고 동생들을 깨워 밥을 먹입니다. 그리고는 어젯밤 꿈에 엄마가 꿈에 나타나 집에 들어왔다 갔다고 말했니다. 오래간만에 나타난 엄마를 만나 신이 나서 이냐기를 하자 9살 둘째 선희는 가만히 있는데 6살 막둥이 연희는 서운하다고 금방 눈물이 핑그르르 돕니다. 왜 자기 꿈에는 나타나지 않냐고 서운하다고 말입니다. 엄마가 자기를 보고 싶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며 고개를 푹 숙입니다. 사실 요 며칠 연속 세 자매의 맏이인 숙희의 꿈에만 엄마가 나타난 게 문제였습니다. 사실 첫째 숙희도 셋째 연희를 낳자마자 돌아가신 엄마가 정말 미웠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엄마의 처지를 이해했습니다. 술주정뱅이인 아빠한테 맞기만 하고 돈을 벌러 일을 나간 엄마. 그러나 자신이 공장에 다녀보니 엄마의 처지가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엄마를 만난 꿈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동생들에게 미안했기 때문이죠.
"언니, 그런데 엄마가 나는 별로 보고 싶지 않은 봐? 왜 나만 보러 안 오는 거야?... "
눈물샘이 터지자 막내 연희는 울먹이며 훌쩍이며 말했습니다.
"엄마 얼굴이 기억이 안 나... 어떻게 생겼어, 말해줘 바"라고
너무 서글프게 말했기 때문에 더 가슴이 아팠습니다.
"아냐, 엄마도 너 보고 싶은데 바쁘게 일하러 가야 해서... 엄마는 참 예쁘셔.. 너한테 미안하다고 했어..."
"진짜?..... 엄마가 나 보고 싶다고 말한 거 참말이지?"
"그럼, 우리 예쁘고 귀여운 막둥이 연희 얼굴을 얼마나 쓰다듬었는데...."
막내는 그렁그렁한 눈물을 닦으며 그 말에 반짝반짝 빛나는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9살 둘째 선희가 묘수를 생각해 냈어요. 잠을 잘 때 언니랑 손을 잡고 자면 같은 꿈을 꿀 수 있을 거라고 말이죠. 그래서 15살, 9살, 6살 세 자매는 밤에 손을 꼭 잡고 잠자리에 들었어요. 막내는 큰언니와 막내언니 사이에 누워 잠이 들었어요. 손을 꼭 잡고 잠이 드는 것도 모자라 손이 떨어트릴까 봐 털실로 손을 꼭 묶고 잠이 들었어요.
다음날 잠에서 깬 막내는 또 꺼이꺼이 서럽게 울어재낍니다. 손을 꼭 잡았는데도 엄마가 안 나타났다고 안보였다고 아마도 자기를 보고 싶지 않은 게 확실하다고 칭얼댔습니다. 서럽게 "엉엉엉~" 소래를 내어 울었습니다. 그러자 큰언니가 말합니다.
"아냐 우린 봤는데 우리 막둥이 연희도 일어나서 엄마를 봤는데 어젯밤에 몰랐을까?"
둘째가 또 말을 했습니다.
"너 엄마 얼굴 모르잖아. 너 아주 어렸을 때 눈도 잘 뜨기 전에... 하늘나라 갔거든. 그러니 넌 본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모르잖아! 그러니까 당연하지"
그제야 막내는 갑자기 "까르르" 웃어버립니다.
"아 참 맞다. 나 엄마 얼굴 모르지... 기억이 없네...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그렇구나 헤헤헤"
"연희야 내일은 큰 언니 빼고 나랑 우리 연희 보러 온데"
"진짜 신난다. 오늘 언니랑 엄만 보고 안아달라고 해야지. 언니 일찍 자자. 내 동생 곰돌이도 같이 보자"
"응 그래 알았어 연희야"
첫째는 냄비에 밥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러 나갔습니다.
빨리 아침을 치우고 타월 공장에 일을 하러 나가야 하기 때문이죠.
둘째는 막내 아이를 세수시키러 나가네요.
막내 연희는 헤어진 낡은 곰돌아 인형을 포대기에 업고는
둘째 언니 손을 잡고 문지방을 나갑니다.
별똥별이 하나 떨어지는 작은 산동네 외딴집의 이른 아침 풍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