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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저 예뻐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그녀가 '시와 수필' 앞에서 내게 물었다

by 황규석 Mar 18. 2025


 침부터 비가 오락가락했다. 태풍은 지나갔지만 비구름은 아쉬움이 남았는지 해가 나왔는데 갑자기 거세게 비가 내렸다. 호랑이 장가를 가는 날씨다. 모텔에서 일한 지도 1년, 대실 손님이 많아서 힘들었지만 오늘은 손님이 뜸할 거 같았다. 남들은 하찮게 여길지 모르나 나에겐 천직이다. 여기 모텔에선 예전 일터와 달리 숙식이 보장되어서 좋았다. 잠자리가 제공된다는 점이 참 좋았다. 바로 이전에 찜질방에서만 2년, 고시원에서도 3년을 살았다.     


 가한 시간에는 잠도 좀 자고 짬짬이 글도 쓸 수 있어 좋았다. 거기다 돈도 나오니... 처음에 이곳 내가 일하는 모텔은 지하철역과 좀 떨어져 있어서 손님이 뜸했다. 그래서 내가 사장님께 제안을 했다. 큰맘 먹고 리모델링을 한 후 내가 블로그에 소문을 냈다. 소싯적에는 글을 좀 쓴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인지 요즘 입소문이 났다.     


 리고 각종 모텔 돈을 들여 어플에 광고도 싣게 하고 이벤트도 벌였다. 그래서 손님이 많이 는 게 사실이다. 이혼하시고 강아지 두 마리와 전원생활을 하시는 사장님 그러니까 이 여사님도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나중에 내가 내 일처럼 열심히 일하고 칭찬을 해주셨다. 리모델링 제안서를 이렇게 썼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해도 반드시 해내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도전할 수 없다. 도전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불가능은 하나의 의견일 뿐이다. 긍정은 언제나 길을 찾는다"라고.

"누구 말이야? “ ” ‘데니스 홍’이라고 로봇공학자예요." 사장님은 나의 열정에 실장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줬다. 그래서 난 실장이 되어서 모텔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든 권한을 넘기신 거다. 매월 내 월급만 빼고 경상비를 제외한 이익금을 이체하면 되었다. 사장님은 일주에 한두 번 적게는 한 달에 한두 번 나와 밥을 사주고는 자신의 전원주택으로 돌아갔다. 결국 믿음이 성공을 이끌었다. 도전, 하면 안 되는 경우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된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이었다. 평소보다 여유가 있었다. 더위도 물러가고 좋았다. 입구 쪽을 주시하며 손님의 성향을 분석한다. 그런데 오늘 이상한 손님 아니 여성이 모텔 앞을 서성인다. 저 앞에 아까부터 어두운 얼굴의 아주머니가 카운터를 왔다 갔다 하는 나와 눈이 마주치곤 했다.  

   

 뭐지? 누굴 기다리시나... 실연일까? 아님 불륜? 아니 불륜이라고 욕할 일도 없다. 이쪽 업은 그런 일 연애로 먹고사는데 말이야. 모텔은 요즘 파티를 하기돈 한다. 그리 색안경을 쓰고 볼 일이 아니다. 누굴 기다리시나?. 하지만 낡은 우산을 쓰고 몇 번 눈이 마주친 그분에게 무척 신경이 쓰였다. 1시간이나 내 앞을 우리 모텔 앞으로 서성거리고 있었다. 무슨 고민이 있을까? 내가 먼저 그냥 다가갔다. 카운터 앞에 새로 들여다 놓은 원두커피 머신의 커피를 뽑았다.


“저기요, 안녕하세요, 여기 이거 커피 한 잔 하시고 기다리세요" "... 네...." 아주머니는 단정한 모습이었다. ”여기 모텔 책임자입니다. 무슨 제가 뭘 도와드릴 게 있을까요?” 그녀가 물러갔다. 나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리고 머뭇거리는 아주머니. 이윽고 침묵을 깨고 그분이 카운터 쪽으로 머뭇거리며 천천히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 커피 맛있네요.." 

"네 그래요, 다행입니다. 원두를 신경을 좀 썼어요. 뭐 도와드릴까요..? 부담 갖지 마시고 말씀해 주세요" 

"저기 그게 말씀드리기가 죄송한데요... 부탁을 좀 드려도 될까요" 

"네 편하게 말씀하세요... “ 


 어렵게 말을 꺼낸 아주머니는 앞을 보지 못하는 자신의 장애인 아들이 여자 친구를 만난다고 했다. 여자친구 역시 앞을 보지 못한다고 했다. 마음이 맞은 둘이 그런데 마땅히 데이트를 할 장소가 없어서 고민이란다. 그래서 엄마인 당신이 이런 곳이면 어떨까 하고 먼저 말을 하고 승낙을 얻었단다. 장소를 찾지 못했는데 검색을 통해서 찾아왔다며 좀 그 만남을 도와달라고 했다. 난 그분의 부탁에 흔쾌히 도와드리겠다고 했다. 사정이 있는 아주머니였다. 내게는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다음날 오후 4시쯤이었다. 아주머니가 다시 나타났다. 비가 다시 거세져 장마가 끝났는데도 금방 어둑해지고 더 습해진 날씨였다. 아들로 보이는 남자의 손을 이끌고 아니 부축하며 우리 모텔 ‘센티멘탈’로 들어왔다. 나는 엘리베이터로 안내하여 가장 높은 5층 그러니까 4층으로 스위트 룸으로 모자를 안내했다. 남자는 장미꽃다발과 작은 포장된 선물을 가지고 들어왔다. 

    

 "아들, 인사해, 실장님이셔" 

"안녕하세요? 실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검은 선글라스를 낀 20대 후반의 남자였다. 눈매를 볼 수는 없었지만 선해 보이고 잘 생긴 친구였다. "네, 안녕하세요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즐기다 가세요... 시간은 구애받지 마시고요. 필요한 거 있으면 여기..." 난 인터폰을 사용하는 방법과 위치를 알려드렸다. 무드 등을 켜 드리고 나왔다. 잠시 후 그의 어머니가 나왔다.     

 스위트룸의 이름은 "시와 수필"로 이름을 지었다. 노트와 필기구로 프린팅이 된 벽면과 레트로 책상 책장이 아담하게 배치된 곳이었다.  

   

 "여기.. 이건 방값입니다." 하얀 봉투를 내밀기에 도로 나는 돌려 드렸다. “ 

"어머니, 넣어두세요. 괜찮습니다. 제가 여기 실장인데 이 정도는 도와 드릴 수 있어요. 너무 걱정 마세요”     

"너무 미안해서요... 감사합니다" 

"그래도 좋으시겠어요, 대학원도 다니고 좋아하는 여자 친구도 생기고 잘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신경 써주시고 이해해 주셔서...."

' 별말씀을요. 잘 되겠죠, 아주 근사한 목소리도 멋진 친구네요" 

"우리 애가 좋아도 하지만 여자아이도 너무 착해요. 대학원 선후배로 만났어요. “ 

“대단하네요. 대학원 공부까지... 제가 부끄러워지네요.” 

“우리 집이 지하라 둘이 있기엔..." 

"네 충분히 이해합니다. 나쁜 거 아닙니다. 어른인데요. 내일 점심때까지 편하게 있다가 가면 되니까요."    

 

  는 그의 엄마와 커피를 나무며 이야기를 좀 더 나누었다. 고아원에서 자란 내 이야기도 들려 드렸다. 남자는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방송국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태어날 때부터 안구가 없이 태어난 아이였다고 한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를 해서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다니다가 지금의 여자 친구를 만났다고 한다. 한 시간 후 정도 역시 하얀 맹인용 지팡이를 들고 짧은 머리의 맹인 아가씨가 혼자 더듬더듬 거리며 우리 모텔로 들어오고 있었다. 분홍원피스에 갈색 단화. 단정하고 야무진 모습이었다. 밖을 주시하던 난 그녀를 보자마자 서둘러 나가서 그녀를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혼자 잘 찾아왔어요" 

"아, 안녕하세요, 아저씨... 아니 실장님! 이야기 들었어요.” 

“그래요? 자 이리로 올라와요, 여길 잡고..” 

“제가 남자 친구 보다 길을 잘 찾아요. 이래 봬도 제가 누나인데요. 문제없어요!" 

짧은 계단을 씩씩하게 내 팔을 잡고 오르는 당찬 야무진 느낌의 여성이었다. 

"아저씨는 작가를 꿈꾸신다고요..."     

"남자친구 어머니가 말씀하시던가요?" 

"네! 너무 멋지네요" "

"그냥 끄적끄적..." 

"얼~~ 멋진데요! 저희도 응원할게요!"

"내일 까지 멋지고 즐거운 시간 만들어요~" 

"네 너무너무 감사해요" 

"별말씀을~ 우리 아가씨 파이팅!" 

"네, 아저씨도 파이팅!"

팔을 올려 힘차게 나에게 들어 보였다. 기분이 덩달아 좋아졌다.


 “나중에 잘 되면 청첩장 보내요. 꼭 결혼식장 갈게요” 

“네, 종종 놀러 올게요~” 

명랑한 매력 있고 씩씩한 아가씨였다. 경쾌한 목소리가 오후의 음습함을 날아가게 만들었다. 난 그녀를 5층 ‘시와 수필’로 안내를 하고 내려왔다. 오늘 밤에는 나도 오랜만에 노트를 꺼내 뭔가를 끄적거리고 싶어졌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녀가 재차 나에게 물었다. 귓가에 다시 울리는 그녀의 명랑한 목소리가 모텔 구석구석으로 퍼져 눅눅한 습기를 뽀송뽀송하게 말려주고 있었다. 

"아저씨, 저 어때요? 예뻐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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