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화장실 옆 작은 창고 안은 우리 여사님들의 휴식처다
김 여사님은
요즘 마음이 심란하다.
생일이라고 딸이 점심도시락으로 싸준
맛있는 소고기 미역국이
목에 걸린다.
늘 사랑이 야속하더라
가는 세월이 무정하더라며
신나게 걸레질하며 흥에 겨워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도통 흥이 나지 않는다.
신랑이 풍으로 쓰러져
반신불수가 된 지 8년째이다.
간호사인 큰 딸이 열심히 일하고
둘째 딸은 경찰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이다.
막내아들은 지난달 군대에
갔는데 코로나 때문에
훈련소 퇴소식도 못 가고
지난주 생일도 챙겨주지도 못해서다.
하지만 김 여사님의
제일 큰 걱정은 큰 딸이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와 얼마 전 헤어진 이유가
자신의 집안이 별 볼일이 없어서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난 괜찮아 엄마
좀 늦게 가면 어때 돈 더 모아서
더 좋은 남자 만나면 되지.
자신을 위로하는 의젓한 딸.
하긴 날로 치솟는 전세 값에
방 한 칸도 구하기 힘든 세상이긴 하다.
백화점에 이어진 지하철역
남자 화장실 옆 걸레 빠는 수도가 있는
창고 안에 쪼그려 앉아
점심을 먹고 벽에 기대 잠깐 눈을 붙인다.
속이 더부룩한 게 머리가 지끈거린다.
이리저리 그 좁은 곳에서 자리를 고쳐 눕는다.
점심 먹은 게 얹힌 것 같다.
그때 청소반장인
송 여사님이 들어온다.
우리 김 여사님 이거 잡솨봐
매실 진액이여, 기운내고
널린 게 남자고 널린 게 집이여
자자 기운 내자고 잉
아유 정말 고마워요. 반장님.
고맙긴 우덜이 남인감. 기운 내자고 암.
자네 딸 버린 놈이 아주 후회할 겨
우리 김 여사님, 힘내세요
그렇죠. 우리 딸이 속이 깊어요.
얼마나 참하고 예쁜데요.
김여사는 다시 기분이 좋아지는 듯 얼굴이 밝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