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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이 Jan 03. 2019

제주올레 완주 11일째 10-1코스

가장 키 작은 섬 가파도(4.3km), 마라도는 덤으로

<가장 키 작은 섬 가파도와 청보리>


가파도의 올레길

  9시 가파도행 배표를 끊기 위해 아침 일찍 마라도 정기여객선 대합실에 도착하니 벌써 줄이 서 있다. 8시부터 발권이다. 예약제가 아닌 도착순이라 발품을 팔아야 한다. 마라도는 가파도를 다녀온 후 여유롭게 점심을 먹고 출발할 요량으로 어제 오후 1:50분 배를 예약했었다. 약 30분 기다려 가파도 배표를 발권했다. 돌아오는 배는 가파도에서 11:25분. 약 두 시간 정도 가파도를 살펴보란 뜻이다. 가파도를 S자 코스로 거의 섬 전체를 살펴보는 올레 코스에 빼어난 자연풍광에 빠져 사진 찍다 보면 빠듯할성싶다. 겟쥔은 천천히 돌아도 1시간밖에 안 걸린다는데 직접 돌아본 결과 올레객은 두 시간이 빠듯하고, 관광객은 시간이 남아돈다.




  가파도는 모슬포항에서 15분 걸린다. 대한민국 유인도 중에서 키가 가장 작은 섬 가파도. 해발 20.5m밖에 안 된다. 태풍이 불면 가라앉을 것 같은 낮은 섬이다. 가파도 올레의 첫 이미지는 녹색 청보리와 하늘이 맞닿아 있는

 한 폭의 수채화다. 거기에 사람만 끼어들면 멋진 작품이 나온다. 발로 찍어도 말이다.




물질 중인 해녀와 커다란 해삼과 뿔소라 바구니

해녀의 푸~ 푸~ 연방 하는 휘파람 비슷한 소리가 신기하다. 숨비소리다. 자맥질하듯 물갈퀴가 하늘로 치솟다 이내 사라졌다가 또 푸~~~ 끝도 알 수 없는 물질에 육지것은 배 시간에 쫓겨 코스로 진입한다. 언젠간 해녀와 인터뷰할 날을 고대하며 섬 중앙을 쳐다본다.




  커다란 풍력발전기 두 대가 윙윙거리며 돌고 있다. 날개에 조금만 더 힘주면 키 작은 가파도는 하늘을 날 것만 같다. 섬이 하늘을 난다. 혼자 상상하다 홀로 실소한다. 거대한 프로펠러를 뒤로하고 섬 S자의 중간 지점에 오면 녹색의 향연에 관광객 모두가 소년·소녀로 변한다. 여성들은 까르르~ 남성들은 무뚝뚝 거저 셔터만 누르지요. 마을 초입에 포크레인이 한창 공사 중이다. 상수도 공사로 올해는 청보리밭 축제를 취소했단다. 2009년 고창 청보리 축제를 벤치마킹해 가파도를 알리는 데 성공했다.




가파도 하동마을
가파초등학교

  이창명 연예인의 "짜장면 시키신 부운~"이 히트되면서 마라도가 거대한 관광 섬이 되었다. 가파도는 그런 마라도가 부러웠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전세가 역전되었다고... 빚은 갚아도(가파도) 되고 말아도(마라도)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한다. 바로 가파도와 마라도를 두고 한 말이다.




생귤 쥬스
보리 도정공장과 길거리의 기파도 특산품 노점(구수한 미숫가루를 사서 택배질 했다)

  섬을 걷다 노점상의 물건을 사는 것도 재미지다. 마침 갈증이 나던 차에 음료수 노점이 있다. 올레와 접한 제주 전통 가옥 뒤뜰이다. 귤색 음료가 있어 물어보니 생귤 주스다. 한 병에 4천 발. 반쯤 얼어 샤베트 같은 느낌이다. 약간 달달한 게 걷는데 아주 좋은 에너지원이다.

  종점 스탬프를 찍고 섬 중앙을 가로질러오는데 어디선가 구수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보리 방앗간이다. '이 작은 섬에 웬 방앗간? 보리 도정이라니...' 이상하게 생각하며 걷는데 '아하~ 가파도가 청보리 재배지이지!' 가파도 도정공장은 당연한 것이다. 냄새의 원인이 풀린다 싶더니 할머님께서 손수레에 당신이 생산한 말린 채소와 미역, 미숫가루를 팔고 계신다. 도정공장에서 흘러나온 구수함에 못 이겨 미숫가루 2팩에 6천 발을 쐈다. 어서 얼음 동동 띄워서 먹고 싶다.

  섬이 크지 않아 북쪽 상동 포구에서 출발한 S자 코스는 남쪽의 가파 포구에서 종점 스탬프를 찍는다. 그리고 배를 타기 위해 섬을 가로지른다. 초록 청보리와 파란 하늘, 에메랄드빛 바다의 아름다운 자연에 빠져 눈으로 감상하고 코로 맡으며 귀로 섬 소리를 듣고 피부로 느끼며 뇌리와 카메라에 저장하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덤으로 간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


그물 손질 중인 어부와 마라도

  가파도만 돌면 뭔가 허전할 것 같다. 그것도 대한민국 국토 최남단 섬이 있는데... 여기 제주까지 와서 마라도를 안 간다면 마라도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 같다는 역마살 근성이 나온다. 마라도는 모슬포항에서 배로 30분 거리다. 마라도에 도착해 배에서 내려 계단을 오르면 맨 먼저 눈에 띄는 게 GS 24 편의점이다. 그리고 화장실 건물과 관광객 바람막이 쉼터가 보인다. 또 야트막한 구릉의 억새와 난대성 식물들. 어디서 많이 봤던 그림이다. 어느 영화에서 봤을까? 드라마에서 봤나? 그렇다고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나긴 처음이다. 맞아~ 맞아~ 예전에 한 번 왔었다. 직장에서 보내준 부부동반 여행이었다. 꽤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이다. 펜이가 예전에 국토 최남단을 와봤다니... 가파도에 이어 마라도에 갈 구상을 할 한때만 해도 처음 간다고 생각했는데... 나이 먹다 보니 기억력이 문제로다. 어제는 세탁소에서 지갑을 빠뜨리질 않나, 오늘은 인증 스탬프 찍고 가방을 메며 가방 위에 올려진 셀카봉을 그대로 두고 짊어지다 핸드폰이 밑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있었다. 다행히 핸펀은 무사했지만, 만보기가 꺼져 오늘 기록은 없다.




  모든 풍광뿐만 아니라 족적을 남긴 스스로에게도 국토 최남단이라는 의미를 부여해본다. 최남단 표지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최남단 화장실에서 일도 보고, 최남단 중국집에서 짜장면도 먹어 보고, 모두가 의미 부여에 한창이다. 펜이는 최남단에서 만든 호떡을 맛본다. 1개에 1,500냥. 왠지 맛도 더 달짝지근하고 맛있다. 이창명 배우의 "짜장면 시키신 분~"하며 철가방을 들고 나타났던 CF. 그 식당이 지금도 있다. 이제 짜장면이 트랜드가 되어 짜장면과 짬뽕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많아졌다. 마라도가 짜장면의 상징이 돼버렸다. 섬이 워낙 좁아 2시간이 남아 돌아간다. 그래서 여유롭다. 시간에 쫓겨 다니는 여행, 이는 안 간 것만 못 하리라.




<대정 오일장 구경>


대정 오일장
제주도 특산품 옥돔

  가파도와 마라도 두 섬을 하루에 마스트하고 어제 묵은 레몬트리 게스트하우스에 들어오니 쥔장이 오늘은 모슬포 오일장이니 구경하란다. 시골 장치고는 굉장히 크다. 없는 것 없고 있는 것 다 있는 오일장이다. 여기저기서 흥정하는 소리, 비릿한 생선 냄새, 옷가게와 푸줏간, 봄이라 생동하는 육묘도 자리하고 있다. 울릉도의 명이나물 모종이 있어 신기하게 바라봤다. 오랜만에 장 구경하고 피곤한 육신을 이끌고 시장 옆 사우나로 갔다. 어제 만난 캐나다 친구 앤디와 함께 갔던 대정 해수사우나. 사우나 비용은 5천 냥. 시골치고는 넓은 시설에 해수 사우나라 할 만하다. 그간 못 다녔던 사우나를 연작했다. 냉·온탕과 사우나를 들락거리지만, 묵은 피로라 쉽게 풀리진 않는다. 그래도 몸이 훨씬 가벼워진 느낌이다. 올레 26개 코스 중 8개 코스를 돌았다. 벌써 30%를 넘겼다.


<오늘의 경제 활동>

가파도 왕복 뱃삯 13,100

가파도 생귤주스 4,000

가파도 미숫가루 12,000

모슬포 수산물직판장 옥돔 40,000

모슬포 점심 동성수산 회덮밥 10,000

마라도 왕복 뱃삯 18,000

마라도 호떡 1,500

모슬포 대정농협 일회용 우의 1,000

모슬포 대정 해수사우나 5,000

모슬포 꾸물럭식당 저녁 매운탕 10,000

레몬트리 게스트하우스 22,000

계 13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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