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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이 Jan 09. 2019

보고 싶은 아들을 찾아 길거리를 헤맸어요...

넉 달 전 작별의 인사도 없이 갑자기 가버린 아들이 너무너무 보고 싶어서 그젯밤 11시가 넘어 집을 나와 길거리를 헤맸어요..


사고 난 장소로 나도 모르게 걸어갔더라고요.

새로 깐 아스콘은 사고 당시의 흔적도 없이 깨끗이 지워졌어요..


아들 흔적 찾아갔는데..

다행히 인도 경계석에 두 줄기 락카 자국을 보며 아들을 만난 듯 손바닥이 닿아지도록 하염없이 쓸고 또 쓸고 문지르고 또 문지르며 울었어요..


지나가던 아가씨가 왜 그러냐 하고 또 어떤 젊은이는 무엇을 잃어버렸느냐며 관심을 가져줬어요..

눈물 콧물 흐르며 아들이 이 세상을 마지막 담은 장소라며 오열했답니다.


게의치마라는 제 당부에 밤이 늦었으니 힘내시고 집에 가라며 걱정까지 해준 두 젊은이가 고맙기도 했죠..


그 후에도 몇십 분을 아들아~ 건우야~ 하며 컴컴한 하늘을 향해 불러 보지만 오가는 차량들 헤드라이트만 무심하게 흔들거렸습니다.


근데 정신을 차려보니 좀 전에 본 그 아가씨가 다시 와서 진정하시고 남은 가족을 생각해 귀가를 당부하며 음료 팩과 물티슈를 전해주네요.

참 고마운 처자죠..


그 처자가 가고 제 마음은 더욱더 아들이 사무치게 보고 싶은 겁니다.

인도 경계석을 부여잡고 아들을 만난 듯 계속해서 어루만지며 통곡을 한 것 같아요..


근데 갑자기 파출소 순찰차가 다가와 경찰 두 분이 내려 신고가 들어 왔다며 자초지종을 묻고 이제는 잊어야 하지 않느냐, 집에 있는 가족도 생각해라 하며 얘기하는데 그게 더 미치겠는 거예요.


아들이 하늘의 별이 된 지 반년이 됐나 일 년이 넘었나 이제 겨우 100일 좀 지났는데 어떻게 마음 툴툴 털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겠습니까..


택시 태워준다는 거 뿌리치고 그 자리에 앉아 멍하니 허공을 헤맸어요.

걱정하지 말라는 제 말에 경찰도 여운을 남기고 조용히 사라졌어요.


오밤중에 인도에서 무릎 꿇고 경계석을 쓰다듬으며 울부짖는 제 행동을 이상히 여긴 분이 아마 신고를 한 것 같기도 합니다.


경찰을 보내고 얼마를 더 울었을까요..

서너 시간 울고 나니 마음이 좀 진정 되더라고요.

그래서 새벽 시간 인적도 뜸한 길을 터벅터벅 걸어 집에 오니 애 엄마나 함께 사는 둘째 딸내미도 초점 잃은 눈으로 막내 아들을 찾아 허공을 헤매고 있었어요.


서로가 다른 길거리를 헤매다 저보다 조금 빨리 집에 돌아왔던 겁니다.

날이 우중충하니 더욱더 아들이, 동생이 사무치게 보고 싶었던 거죠.


서울에 혼자 떨어져 사는 큰 딸내미도 아마 우리처럼 그랬을 것 같아요..

참척의 아픔을 언제까지 하얗게 타버린 텅 빈 가슴에 부여안고 살아가야 할까요..


이제 고3이 됐을 아들

너무나 착했던 아들

딸 둘에 10년 터울 늦둥이 아들

잘해준 것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고

못 해준 것만 생각나니 아빠는 죄인이다.


못 견디게 보고 싶은 아들아..

아빠를 부디 용서하고

오늘은 꼭 꿈에 얼굴 한 번 보여주라..


너무너무 보고 싶다..

따스한 너의 얼굴을 어루만져 보고도 싶고

갈비뼈가 으스러지도록 안아 보고도 싶고

눈이 시리도록 눈싸움도 하고 싶구나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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