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펜이 Jan 11. 2019

박경리의 사마천(司馬遷)에 나타난 참척의 슬픔

사마천(司馬遷) _ 박경리


그대는 사랑의 기억도 없을 것이다

긴 낮 긴 밤을

멀미같이 시간을 앓았을 것이다

천형天刑 때문에 홀로 앉아

글을 썼던 사람

육체를 거세당하고

인생을 거세당하고

엉덩이 하나 놓을 자리 의지하며

그대는 진실을 기록하려 했는



장편소설 <토지>로 유명한 박경리 선생이 한국전쟁으로 남편을 사별하고 이어서 아들이 교통사고로 하늘의 별이 되자 쓴 시가 사마천(司馬遷)이라고 한다.


박경리는 참척의 슬픔을 왜 사마천이라는 중국 고대 인물에서 찾았을까?


2천 년 전의 사람 <사기史記>를 쓴 사마천(司馬遷)이 무제 황제의 노여움을 사서 48세 되던 해 남자로서 가장 치욕스러운 궁형(宮刑:생식기를 제거하는 형벌)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어 <사기史記>를 완성했다.


그가 고통 속에서도 집필하는 그 과정을 박경리는 본인의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육체의 거세가 사마천의 천형天刑이라면 박경리의 천형天刑은 아들을 잃은 참척의 아픔으로 이어진 것 같다.


사랑하는 아들을 천상여행 떠나보내고 두고두고 새겨 읽는 박경리의 사마천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12월아 어서 가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