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겨울이 지났다.
정말 펜이 인생에서 가장 긴 겨울이었다.
참척(慘慽)의 아픔을 겪었다.
상명(喪明)이라고도 한다는데 반백 년 넘게 살아오면서 처음 듣는 단어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매서운 북풍한설도 익숙한 훈풍에 자리를 내줬다.
그렇게 녀석은 홀연히 떠나갔다.
하루도 수십 번 퀭한 가슴을 부여잡고 사진을 보면서 꿈속 재회를 다짐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꿈속 재회가 염원이 되어버릴 즈음 부부가 《제주 한 달 도피》를 계획했다.
익숙한 장소와 부질없는 시간과의 일탈이 아픔을 다소나마 치유가 되지 않을까 해서다.
지난여름 가족휴가 때 함께 남겼던 녀석의 체취를 맡고 싶기도 하고...
마눌님과 함께...
서로 공유하며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몸부림이 될 것이다.
그래서 한 달 전 서귀포 어느 바닷가 마을에 살 집을 예약했다.
꼬마캠카도 실을 배편도 예약했다.
이제 내일 새벽 출발만 남았다.
가슴에 짓눌린 응어리를 에메랄드빛 바다에 녹이련다.
연둣빛으로 물들어가는 오름을 오르며 훌훌 털어내련다.
노랗고 하얀 봄꽃과 뉘엿뉘엿 기울이는 석양을 보며 멍 때리기도 하련다.
그러다 보면.... 그러다 보면...
상처가 조금씩 아주 조금씩 아물어질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