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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이 Jan 28. 2019

여수 금오도 비렁길 1탄

캠핑카 홍보장이 된 카니발과 비렁길 2, 3코스 제주올레 부럽지 않아요~

캠핑카 홍보장이 된 꼬마 캠핑카


올뉴카니발 캠핑카 구변 후 두 번째 캠핑에 나섰다.

2박 3일 일정으로 여수 금오도를 찾았다.


온 국민이 비를 기다리는 장마가 늦어진 탓에 여행은 즐거웠다.

금오도 비렁길이 힐링 코스로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올레 26개 코스 430여 km를 완주한 펜이에게 아주 솔깃한 유혹이었다.

그래서 꼬마 캠핑카를 끌고 마눌님과 함께했다.


마치 신혼의 단꿈처럼 금오도는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광주에서 2시간 30여 분 달려 여수 신기항에 도착했다.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오는 동안 대형 화물차 등 물동량이 많아 다소 피곤한 운전이었다.

하지만 신기항에서 바라보는 확 트인 바다를 보니 피로가 싹 풀렸다.

오후 2:30분 배로 금오도 여천항까지 30분 정도로 비교적 짧은 배 시간이었다.

운임은 1인당 5,000원, 차는 17,000원이다.


여수항에서 금오도(함구미항 도착) 가는 배편이 있으나 탑승시간이 1시간 여로 길다.

뱃삯도 더 비싸고 배편도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신기항에서 배 타기 전 줄 서는 시간에 초광속으로 점심 해 먹기

점심시간을 놓친 펜이 부부는 배 탑승시간을 기다리기 위해 줄을 선 차에서 밥과 라면을 끓였다.

사이드 문과 트렁크를 열고 식사를 준비하니 오고 가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조그마한 차에서 이상한 짓을 하고 있으니 펜이라도 급 관심거리일 게다.

캠핑카라는 사실 알아본 사람들이 어디서 했느냐, 얼마 들었냐, 우리의 로망이라며 이구동성이다.


자연스레 캠핑카 제작업체 홍보장이 되었다.

점심을 먹으며 사람들에게 둘러싸이긴 '나 태어나 첫 경험'이었다.

태화대교와 신기발 여천행 배

신기항에서 내려 차로 구불구불한 해안도로와 산길을 따라 조망되는 바다 풍경은 한 폭의 산수화였다.

모든 시름과 걱정거리는 일순간에 날아가고 오로지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만 즐기기만 하면 됐다.

우리의 배이스캠프 600년 해송 그늘

비렁길 2코스 종점이자 3코스 출발점인 직포 마을에 닻을 내렸다.

그것도 600년 된 해송 그늘 아래.


주변에 화장실과 물 공급처가 있어서 안성맞춤이었다.




비렁길 3코스 제주올레 부럽지 않아요~


캠핑카를 정박하고 비렁길 중 가장 아름답다는 3코스를 걸었다.

코스는 직포~학동 구간으로 3.5km 1시간 30분 소요된다.


금오도(金鰲島)는 섬 모양이 자라와 비슷하다고 해서 자라 오(鰲)를 써서 금오도라고 한다.

비렁길의 '비렁'은 '벼랑'의 여수 말로 섬 가장자리가 절벽, 벼랑으로 이뤄져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금오도 비렁길 코스

3코스 초입부터 산을 올랐다.

그렇다고 등산처럼 계속 오르는 게 아니라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어 산보 수준이다.


때론 숲 속을 걷다가 때론 확 트인 바다가 오른편에 나타났다.

짙은 청록의 동백 숲길은 싱그러움을 더해줬다.

터널 동백 숲길

아치형 비렁길이 나타날 땐 마치 제주올레를 걷는 착각이 일 정도다.

오르락내리락 여파로 이마와 등에 구슬땀이 줄줄 흘렀다.


제주올레에서는 느끼지 못한 쾌감이 절로 나타났다.

그리 맑은 날씨는 아니지만 한려수도의 진가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비렁길에서 내려다본 한려수도
흔들 다리 양 옆 절벽과 오늘의 결과물

하얀 물살을 가르는 고깃배는 풍어를 꿈꾸며 달리리라.

펜이 부부도 앞으로의 삶이 저 고깃배의 꿈처럼 여유로움을 갖고 한 발 한 발 내디딜 것이다.


3코스 종점 학동에 도착해 큰길로 접어들어 귀가(아니 귀차 歸車가 맞나?) 했다.

귀가까지 5.4km, 휴식 포함 2시간 20분 소요, 보약 한 첩 제대로 먹었다.




금오도에서의 첫 만찬


마눌님은 저녁 준비를 했다.

펜이는 밤에 모기 걱정에 차 유리창에 모기장을 쳤다.


차량용 모기장을 구입해 처음 쳐 보는 거라 한참을 헤맸다.

운전석과 조수적, 중간 창문, 트렁크까지 모기장을 쳐놓으니 모기가 얼씬도 못 하겠다.


모기장 설치 때문에 펜이가 요리해서 마눌님에게 바치려던 계획에 차질이 왔다.

기회를 아침으로 돌리고 전기그릴에 고기를 구웠다.


목살을 한참 구워 먹다 마무리할 즈음 전기가 맛이 가는 게 아닌가...

점심때 하이라이트로 밥을 했는데...

3kw 인버터로 2kw 하이라이트를 낮에 쓰고 1kw 전기그릴을 밤에 조금 쓰니 500 암페어 배터리가 소진된다???
하이라이트와 전기그릴의 전기 소모량이 많아 배터리 용량의 한계가 있음을 절실히 느꼈다.


하이라이트와 전기그릴은 한전 충전 시에만 사용 가능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마눌님과 단둘이 저물어가는 석양을 보며 함께하는 저녁식사는 황제 못지않은 즐거움이었다.

식사하는 동안 동네 길냥이와 멍멍이들이 주변을 배회하며 펜이를 유혹했다.

한두 번 얻어먹는 솜씨가 아니었다.


모기장이 쳐진 열린 창문으로 쏟아지는 별들을 보니 쉽사리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캠핑카 구조변경을 의뢰하고 기다리는 동안 이런 날이 속히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막상 그 꿈을 펜이 손에 거머쥐니 그 꿈이 영원히 지속되기만을 바라며 단잠에 빠져들었다.




초보 낚시꾼의 허황된 꿈


간밤에 잔뜩 웅크린 태양이 아침을 열자 펜이도 자동 고다.

마늘님은 단잠에 빠져 있다.


조심조심 차 문을 열고 준비한 공갈 낚싯대를 들고 방파제에 갔다.

이 세상 고기는 모두 잡을 것처럼 보무도 당당하게 말이다.

낚시꾼의 허황된 꿈이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될지라도...

한 번 던져 두 번 던져 미끼 꼬리만 얄팍한 물고기가 속절없이 따 먹었다.


두뇌 전쟁에서 펜이가 물고기에 완전히 KO 패 당한 셈이다.

두 시간 가까이 한 마리도 못 잡고 허탕치고 집(?)에 돌아오니 이미 마눌님은 모든 것을 해놨다.

아침 식사를...

또 마눌님에게 선수를 놓쳤다.

다음을 기약하자ㅎ




비렁길 2코스 변화무쌍으로 다가오다


오전은 휴식을 취하고 오후에 2코스(두포~직포, 3.5km, 1시간 소요)를 역주행했다.

2코스는 처음부터 계속되는 오르막과 오후의 땡볕에 땀범벅이 되었다.


20분 정도 지나자 내리막에 시원하게 트인 바다에서 갯바람이 불어왔다.

룰루랄라 땀을 식히며 내리막을 걷는데 맞은편에 일행 여럿이 걸어왔다.

대나무 터널과 한려수도

뚱뚱한 아저씨 구슬땀을 훔치며 종점이 아직 멀었냐고 묻는다.


얼마 남지 않았어요~ 조금만 가시면 됩니다!


마눌님 사실대로 얘기하지 왜 그렇게 얘기하느냐고 핀잔을 준다.


그러잖아도 힘든데 가깝다고 해야 힘내서 희망을 갖고 가지~
바위가 남근석이라는데 덩쿨에 가렸다.

3코스가 동백숲길이라면 2코스는 동백숲길과 대나무 숲길, 야자수 매트 길이 교차로 이어져 심심치 않았다.

중간 지점에 음료수 등을 파는 쉼터가 있어 쉬고 가기에도 좋다.

두포 마을

마침 꽃밭으로 장식한 집도 있어 구경거리 삼았다.

그늘로 드리워진 넓은 야자수 매트 길을 따라가니 2코스 출발점 두포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물 빠진 두포 앞바다의 녹색 자갈밭이 넓게 펼쳐져 우리를 반겼다.

마침 할머님 두 분이 허리를 숙여 뭔가를 잡고 계셨다.

게 잡이 삼매경에 빠진 할머님과 마눌님

이런 보습을 그냥 지나칠 리 없는 마눌님은 뭐 잡고 계시냐며 말을 건넸다.

게를 잡는단다.


호미로 돌을 뒤집어 연신 게를 잡으셨다.

잽싸게 도망가는 게는 할머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할머님 손가락을 물었던 진범

펜이 부부도 욕심에 맨손으로 게 잡기에 도전했다.

돌을 뒤집자 조그마한 게가 잽싸게 도망쳤다.


잡기엔 너무 어려 다른 돌들을 뒤집었다.

3~4cm 정도 제법 큰 게도 있었다.

비렁길에서 만난 비쁜이들

집에서 흔히 요리해먹는 갯벌 게가 아니고 돌게였다.

할머님은 맨손잡이가 불쌍하셨는지 우리에게 꽃게만 한 큰 게를 바구니에서 꺼내 주셨다.


그런데 그만 게가 할머님의 손가락을 물어 놓질 않아서 순간 당황했다.

할머님은 아프시다며 인상을 찌푸리셨다.

떨어진 감을 보며 웃는 소녀 감성 마눌님

호미로 겨우 게 발을 벌려 할머님을 구출(?)했다.

그런데 그 게가 다른 게의 발을 잡아 두 마리를 한꺼번에 주셨다.


할머님은 매일 잡는다며 흔쾌히 가져가라고 하셨.

고맙다며 할머님이 주신 게를 가방에 넣고 왔던 비렁길을 빠꾸 토 했다.

비렁길 2코스는 게 잡이 포함 왕복 8.9km 3시간 20분이 소요되었다.

오후 5시가 다 되어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초보 낚시꾼과 고수와의 만남


다음 코스를 위해 장소를 옮기려다 다른 비렁길도 대동소이할 것 같아 낚시하기로 하고 금오도 아래 안도 섬으로 향했다.

연도교인 안도대교를 건너 안도 해수욕장에 갔으나 너무 외지고 한산해서 이야포의 몽돌 해변에 터를 잡았다.

안도 해수욕장(좌)과 이야포 몽돌 해변(우)

바로 옆에 정자가 있고 샤워장이 있으나 화장실은 문이 잠겼다.

화장실은 옆 체험장을 이용했는데 다소 불편했다.


마침 광주 첨단에서 온 부부가 몽돌 해변에서 낚시 중이었다.

청갯지렁이를 사 가지고 갔던 터라 풍어를 꿈꾸며 바로 릴 낚싯대를 던졌다.

고수와 초보

초보는 어디에서나 티가 나는 법.

낚싯바늘이 연거푸 돌에 걸려 떨어지질 않나 옆집 낚싯줄과 엉키질 않...


옆집 고수님에게서 여러 수 배웠다.

첫 입질이 왔다.


냅다 낚싯대를 잡아 채 릴을 감았다.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당기는데...

배가 불룩한 것이 딸려 나왔다.

먹지도 못하는 복어였다.

이런 젠장...


수확은 신통치 않았다.

결국 작은 모래무치 3마리로 저녁 김치찌개에 그냥 투입해 비린내의 '비'자도 맡지 못했다.

마음만은 모든 고기를 다 잡을듯...

역시 저녁 준비도 낚시질한다는 핑계로 마눌님 차지가 되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마눌님 입 나오기 전에 고기나 많이 잡던지 식사를 준비하던지 방카이를 해야 하는데...

마눌님이 끓인 김치찌개와 할머님이 주신 돌게를 삶아 우리만의 즐거운 만찬을 즐겼다.




초보 낚시꾼 눈먼 고기 잡다


몽돌 해변의 아침은 해무로 시작됐다.

산 아래서 춤추듯 흘러가는 해무는 골짜기를 한 바퀴 휘감아 돌아 마을로 빠져나갔다.


단잠에 빠진 마눌님이 깰세라 조용히 낚싯대를 들고 갯바위 근처로 갔다.

새벽에 만난 동네 사는 캠핑카 쥔장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이야포 몽돌 해변의 아침 해무

출렁이는 파도 속에 숨은 돌에 여러 번 바늘이 걸려 곤욕을 치렀다.

그래서 어제 고수가 한 장소로 다시 옮겼다.


또 낚싯바늘만 여러 번 떨쳤다.

초보도 왕초보다.


예전 30대 때 민물낚시로 재미를 좀 봤었는데 바다낚시는 영 신통치 않다.

그래서 두 시간 걸린 새벽 낚시를 포기하고 차 안으로 돌아왔다.

마눌님 왈 아침 준비하란다.

새벽 낚시가 피곤했던지 잠이 몰려왔다.


한숨 자고 한다니 성질 급한 마눌님이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본의 아니게 또 한 끼 신세 졌다ㅎ

이야포 동네 마실

아침을 먹고 동네 마실 갔다가 11시경부터 본격적으로 낚시를 시작했다.

아침 일찍 어제 그 고수도 낚싯대를 드리웠다.


제법 입질이 세서 낚싯대를 잡아당겨 줄을 감았다.

옳거니 잡았다 했는데 끌려오는 감촉이 전혀 아니올시다이다.

도다리

낚싯줄에 힘이 없다.

포기하고 천천히 릴을 감는데 뭔가 시커멓고 납작한 게 딸려오는 게 아닌가.


말로만 듣던 도다리를 초보 낚시꾼이 낚은 거다.

기세등등해 차에 있던 마눌님에게 코펠 가져오라고 전화질했다.

지느러미가 이쁜 성대

연거푸 다른 물고기도 잡았다.

모래무치에 성대까지ㅎ


초보치곤 실로 대 성공이다.

눈먼 고기가 펜이에게 잡힌 것이다.


펜이가 고기래도 너무 억울할 것 같다.

초보에게 잡히다니... 넘 억울하다ㅜㅜ

오늘 물고기와의 두뇌 싸움에서는 펜이가 완전히 승리한 셈이다.

전리품을 냉장고에 고이 간직해 집에 돌아와 회를 떠서 아이들과 나눠먹었다.


여천항에서 해녀가 잡은 해삼과 함께 양은 적지만 바다 내음을 흠뻑 느낄 수 있었다.

펜이가 잡은 고기를 직접 회 떠보긴 '나 태어나 첫 경험'이다.

금오도의 이쁜이들

오후 4시 반 배로 나오려고 여천항에 도착했으나 주말에는 수시로 배가 있어 자유롭게 나올 수 있었다.

돌아올 때는 목포~광양 간 고속도로와 국도 29호선의 한가한 도로를 달렸다.


2박 3일의 금오도 여행이 또 다른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아직 걷지 않은 나머지 코스를 위해 금오도를 또 찾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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