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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이 Jan 30. 2019

여수 금오도 비렁길 2탄

지인과 다시 찾은 금오도 비렁길(3~5코스)

지인은?


지난 6월 29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지인과 함께 다녀온 여수 금오도 비렁길 여행기를 이제야 올린다.

시간이 많음에도 이 핑계 저 핑계로 좀처럼 노트북 앞에 앉기 힘든 이유는 뭘까...


앉더라도 머릿속에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아서일까

아님 글이 밀려서일까...


둘 다 이유다.

마치 밀린 숙제하듯 오늘도 해치운다ㅎㅎ


먼저 지인이 누구일까?

그동안 살아온 펜이 인생에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한 건 아니지만 알고 보면 막역한 사이다.


20대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면서 2여 년 동안 함께 자취를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함께 자취하면서 동고동락했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제주 올레를 함께했던 지인

그 얘기는 다음에 풀 기회가 있을 거다.

둘 다 비슷한 시기에 소속 청을 달리하면서 둘의 동거(?)는 끝을 맺었다.


서로 다른 시기에 결혼을 하고 본인들만의 삶을 살다 보니 소식만 가끔 전할 뿐이었다.

소식을 전한 이는 꼭 지인이었다.


지인은 펜이보다 2살 많은 인생 선배다.

같은 지역에 살면서 최근 몇 년간 만남을 자주 가졌다.


서로 협의한 것도 아닌데 비슷한 시기에 명퇴했다.

그래서 옛 생각하며 형님의 고향 보성에 자주 갔었다.




다시 찾은 금오도 비렁길 3코스(직포~학동, 3.5km, 비 오는 날 1시간 40분 소요)


오도 비렁길도 비록 작지만 실속 있는 코마 캠핑카로 함께했다.

난 6월 29일도 장마전선이 올라와 비를 뿌리기를 온 국민이 고대했다.


하지만 이미 예정된 여정이기에 출발했다.

출발지 광주에서는 구름만 조금 끼었는데 경유지 보성에 다다르자 비가 내렸다.


보성에서 형님을 태우고 목적지 금오도 가기까지 비는 그칠 줄 몰랐다.

목 말라 하는 농촌을 생각하니 짜증보다는 한줄기 내리는 비는 시원하기까지 했다.


금오도 여천항에 도착하니 빗줄기는 잦아들었다.

불과 6일 만에 마주한 금오도지만 해무로 둘러싸인 금오도는 신비롭기까지 했다.

꼬불꼬불 산길과 해안가를 따라 직포에 다다랐다.

600년 된 해송보다는 선착장 매표소와 화장실이 있는 매점 옆에 자리했다.


바로 비렁길 3코스 입구다.

우의를 입고 우산을 쓰고 트레킹화로 갈아 신고 우중 산행에 나섰다.

밤이 아니다. 음침한 비렁길
우중 흔들 다리

푸른 바다는 볼 수 없지만 해송과 동백 숲 사이로 짙게 깔린 해무의 몽환적인 분위기는 그야말로 환성적이다.

청록색 동백나무로 드리워진 어두컴컴한 비렁길 나무 터널은 마치 천국과 지옥의 갈림문 같다.


오르락내리락 걷다 보니 장대비가 쏟아진다.

장대비쏟아지지, 기온은 후텁지근하지, 우의 때문에 옷은 통풍이 안 되지, 땀과 빗물로 뒤섞인다.

시계는 별로...

옷을 쥐여짜면 줄줄줄 육수가 흐를 것 같이 찝찝하다.

하지만 우산 사이로 이마에 떨어지는 빗물은 하얀 기포 날리는 사이다 한 모금처럼 시원하다.

해송의 의지

상괭이 토종 고래 출몰 지역이라고 하나 만날 수 없었다.
지난번 청명한 날씨에 마눌님과 함께 걸었던 3코스를 우중에 걸으니 또 다른 맛이다.


확 트인 경치는 못 봐도 어두운 나무 터널과 수묵화 같은 몽환적인 분위기가 좋다.

문 닫은 직포 선착장 옆 매표소 테이블에서 살짝 신세도 지고~

꼬마 캠핑카와 일용할 양식

중간중간 가끔 비가 개서 전망대나 바위에서 잠시 쉬기도 했다.

비렁길 3코스(직포~학동) 약 4km를 약 1시간 40여 분 걸렸다.

비렁길 3코스의 하루




예정에 없던 줄낚시와 해녀와의 조우 그리고 도다리를 또 잡다


어제 하루 종일 내리던 비는 새벽녘부터 잦아들었다.

덕분에 비 없는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해무가 바다에서 산으로 짙게 깔린 직포항은 마치 신선이 내려올듯한 분위기다.

신선처럼 위엄있게 아침식사를 즐겼다.

해무로 뒤덮인 직포의 아침
비 오는 날이 마실 가는 날

해무에 제압당한 우리는 비렁길 한 코스는 걸었으니 날씨 좋을 때 낚시도 즐기자고 의기투합했다.

바로 안도 몽돌 해변으로 핸들을 잡았다.


안도항에 들러 갯지렁이를 사려는데 떨어졌단다.

갯지렁이를 사려면 다시 금오도 면 소재지까지 가야하는데...

안도항 방파제에서 어제 젖은 옷 말리기

우리가 초보 낚시꾼인 줄 눈치챈 쥔장은 새우 줄낚시를 권했다.

그래서 가게 주인장이 말한 데로 갯지렁이 대신 새우 한 곽과 줄낚시 2개를 샀다.


도합 6천 원

나 태어나 처음으로 방파제 낚시에 도전했다.

새우와 줄낚시

아주머니 말대로 새우 미끼를 낚싯바늘에 끼워 방파제 돌 사이던졌다 빼길 수차례.

형님은 이름 모를 물고기 두어 마리 건지는가 싶더니 감감무소식이다.


펜이는 아예 물고기에 밥 주기가 급하다.

미깜 모두 고기에게 헌납하게 생겼으니...


그래서 차에서 닐 낚싯대로 교체해서 던져봤지만 돌에 걸려 낚싯바늘만 여러 개 날리고 말았다.

초보도 왕초보다ㅋ

여기도 해녀분이 계신다.

한참 물고기가 아닌 바늘과 시름 중에 누군가 바닷물 사이로 유유히 지나간다.

어디선가 많이 듣던 소리를 내면서.


"휘이~휘이~"

해녀의 숨비소리다.


제주도에만 해녀가 있는 줄 알았는데 안도에도 있네~

마침 해녀분이 잡아온 전복, 해삼을 위판장 관계자가 배에서 매입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한참을 보고 있으니 매입하신 분이 한 점 먹어보라며 주먹만 한 전복을 썰어 한입 넣어줬다.

씹을수록 고소하니 일반 양식 맛과 전혀 다른 맛이다.


제주올레를 걸으며 해녀가 갖잡은 해산물을 먹어보려고 여러 번 시도했는데 결국 못했었다.

그런데 그 행운이 전혀 뜻하지 곳에서 펜이에게 왔다.


해녀가 갖잡은 싱싱한 해삼. 큼지막하고 쫄깃쫄깃 식감이 좋다.

만 원의 행복

자연산 전복은 kg당 7만 원, 해삼은 1만 원이라고 했다.

그래서 해삼 1kg을 사서 몽돌 해변에 도착해 점심때 시식했다.


크기도 크고 식감도 쫄깃쫄깃해서 맛이 그만이었다.

주방 실력이 뛰어난 형님이 손질해서 먹을 때마다 감사했다.


나중에 형님은 자연산 전복을 못 사온 게 못내 아쉬워했다.

사 올 건데...

결국 줄 낚시는 포기하고 금오도 소재지에서 청갯지렁이를 사서 몽돌 해변으로 갔다.

1주일 전 마눌님과 함께 도다리를 잡았던 곳이다.

기다림

정자 옆에 주차하고 낚싯대를 드리웠다.

형님은 청년 시절 때 대나무나 첨대로 민물낚시만 해봤지 릴낚시는 안 해봤단다.


입질을 해서 당겨보니 계속해서 조그마한 모래무치만 올라왔다.

지난번 도다리 잡았다고 자랑질까지 했는데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큰 입질이 한두 번 있다가 이내 조용해져 당겨보니 도다리가 바늘을 집어삼켜버렸다.

바늘을 살살 빼보려 했지만 이내 줄이 끊어지고 말았다.

두 번째 도다리도 역시 바늘을 삼켰다.

그 조그마한 입이 어떻게 큰 바늘을 삼키는지 펜이로서는 알 수가 다.


뱀처럼 먹잇감을 먹을 때 입이 커지나?

다음엔 도다리에게 물어봐야겠다ㅎㅎ

오늘의 수확물 도다리와 모래무치

오늘의 수확물은 작은 도다리 3마리, 모래무치 4마리다.

회감으로 하기엔 그렇고 매운탕으론 손색이 없다.


차에서 자는 게 힘들다는 형님의 말에 민박하기로 하고 금오도 소재지로 나갔다.

도로변 OK 민박집이다.

안도 OK 민박집에서 숙박도 하고 테이블에서 식사도 하고 물도 보충하고 전기도 충전하고~

입실하면서 허가증을 살짝 보니 한글로 '오케 민박'이라고 쓰여있어서 실소했다.

성수기가 아니라 요금은 3만 원으로 저렴했다.

민박집에서 간당간당한 전기도 충전하고 물탱크도 채우고 민박집 테이블에서 만찬도 즐겼다.

도다리 찌개와 해삼 등 진수성찬

형님이 끓여준 도다리 모래무치 매운탕은 일품이었다.


그래서 일급 요리사라고 엄지척해줬다.

젊은 날 함께 자취할 때도 요리는 형님이 도맡았던 것 같다.


낮에 산 해삼도 근래 보기 드문 맛이었다.

형님 덕분에 편안한 저녁을 보낼 수 있었다.




비렁길 4, 5코스 한 번에 걷다


마지막 3일째 아침

민박집 옆 테이블에서 아침을 먹고 비렁길을 향해 나섰다.


4, 5코스를 한꺼번에 돌기 위해 4코스 시작점 학동 마을에 주차하고 간식과 물병을 챙겨 길을 나섰다.

방파제에서 뭔가를 집어 들고 걸어가는 낚시꾼이 보였다.


멀리서 보니 커다란 물고기 같기도 하고 오징어 같기도 했다.

다가가 물어보니 무늬 오징어란다.


TV에서 본 대왕 오징어 외에 이렇게 큰 오징어는 처음이다.

그래서 낚시하는 모습을 한참 구경했다.


릴낚시대를 착! 착! 채는 게 선수급이다.

낚싯대가 작고 신축성이 뛰어나서 가격을 물었더니 60만 원이란다.


'헐ㅜㅜ'

낚시 초보는 깜놀했다.

절벽이 있어 비렁길이라고
비렁길 터널길은 제주올레 못지않다.

낚시의 유혹을 떨치고 비렁길을 향했다.

해무는 깔렸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아 비렁길 걷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온금동 전망대에서 바라본 바다
금오도 해무는 그칠 줄 모른다.

그늘이 드리우고 산내음이 나는 비렁길 정말 좋다.

제주올레 26개 코스를 모두 돌며 코스마다 서로 다른 맛이 있듯 비렁길도 날씨와 코스에 따라 서로 다른 맛이 났다.

비렁길 절벽 사이로 참나리꽃을 무수히 볼 수 있다.

4코스 온금동 전망대를 지나자 언덕 아래로 아주 조그마한 몽돌 해변이 나타났다.

몽돌 해변을 보자마자 형님은 아주 좋다며 전속력으로 내려갔다.


설마 저렇게까지 좋아하나 하며 뒤따르던 펜이

깜놀했다.

펜이가 이름 지은 작은 몽돌 해변과 바다의 아담

아담과 하와가 살던 엔덴동산 아니 에덴 바닷가일까?

완전 나체로 바닷물에 풍덩 뛰어든 형님


물찬 제비다.

해수욕을 제대로 즐긴다.

4코스와 5코스 갈림길 심포 마을

9시 20분경에 시작한 비렁길 4코스(학동~심포) 3.2km를 2시간 정도 걸렸다.

비렁길은 목적지를 향해 걷기보다는 느릿느릿 느림의 미학으로 여기저기 바라보며 나만의 세계에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점심 직전이지만 심포 마을에 점심 때울 마땅한 식당이 없어 바로 5코스로 향했다.

5코스(심포~장지, 3.3km, 1시간 소요)도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지 않아 강행했다.


갯내음이 풍기는 바닷가 마을은 펜이에게 마치 어렸을 적 고향이나 어머니 품에 안기듯 포근해진다.

물론 육지 태생이지만 전생에 바다에서 살았을까...

5코스는 2코스처럼 대나무 길과 자갈길이 있다.

언제 봐도 반가운 나무 터널이다.

햇살이 강할 때는 그늘을 드리워줘서 좋고 흐린 날은 흐린 날대로 진한 풀내음을 줘서 좋다.


왼쪽으로 해무 깔린 금오도와 오른쪽엔 푸른 바다를 가르며 어느덧 5코스 종점 장지 마을에 도착했다.

해무 때문에 바다 금오도 산 전망은 포기

2박 3일 동안 비렁길 3~5코스까지 3개 코스를 돌며 비렁길이 제주올레 못지않은 힐링 코스로 다가왔다.


아직 걷지 않은 1코스

금오도를 또 찾아야 할 또 다른 이유다.

여수 금오도 비렁길 안내도와 오늘의 결과물

청년 시절 함께 살며 근무한 지인과 함께 50대 마지막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인생 선배 형님이지만 나이 먹어갈수록 때론  벗처럼 때론 동료처럼 함께 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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