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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rnweh Jul 16. 2021

당신의 선택은?

단상(15)


 덥다. 여기에 말을 더 붙일 여력도 며칠간 이어진 무더위에 사그라들었다. 어찌나 더운지 친구와 카톡할 때도 덥다는 말만 오간다. 더위에 다른 화두가 녹아내리고 남은 건 화(火)두뿐인가 보다. 


 날씨에 맞는 이모티콘을 찾아서 남발(평소에 이모티콘을 많이 쓰는 편이다)하다가 요즘 상황에 맞으면서 각각의 이모티콘에는 정반대의 상황이 담긴 두 이모티콘을 발견했다.



 사진 속 두 이모티콘을 연달아 보내 놓고는 물었다. 


당신의 선택은?

 

 누군가는 쪄 죽을지언정 비는 극혐이라며 '무지'(위 이모티콘)를, 또 누군가는 땀으로 젖나 비로 젖나 매한가지라며 '어피치'(아래 이모티콘)를 골랐다. 난 뭘 선택할까...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요즘 같은 날씨엔 함부로 선택하면 안 되겠다고 결론지었다. 비가 멎어 버리면서 역대 최단기간 장마라는 보도를 접할 때면 비라도 내렸다면 어제오늘의 미친 불볕더위가 조금은 덜했을까, 하고 생각했다가 한 번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우산도 무용지물로 만들 기세로 퍼붓는 최근의 열대성 폭우를 떠올리니 차라리 땀으로 적당히 젖는 게 낫겠다고도 생각했다. 


 오후 여섯 시 즈음, 귀갓길까지 짓궂게 들러붙은 무더위가 집에 들어온 순간 게눈감추듯 사라졌다. 베란다 너머로 무더위보다 더 무서운 기세로 먹구름이 깔리며 천둥과 번개가 스쳤다.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기후 변화의 시대에 '더위냐 비냐' 따위의 선택은 이미 우리 선택지에 없음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그럼에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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