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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rnweh Jul 22. 2021

시선강탈

단상(16)


 


  Q: 사진 속에서 제일 눈에 띄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불현듯 꽤 많은 사람이 유리창 너머로 지나가는 두 사람을 떠올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며 보이는 카페 풍경이 좋아 한 컷 담아 본 건데 정작 시선을 강탈한 주인공이 카페가 아니어서 촬영 버튼을 누른 손가락이 머쓱해졌다. 감성 샷을 찍어본답시고 괜스레 테이블 중앙으로 옮긴 화병은 코로나 시국 이전에나 제일 눈에 띄는 부분이었으리라.


 실제로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어보지도 않았으면서 눈에 띄는 부분이 하필 스쳐 가는 흐릿한 두 인물이라고 '답정너'식으로 유도한 이유는 그 부분에 시선을 강탈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 1월에 찍은 이 사진. 핸드폰 사진을 정리하다가 참으로 오랜만에 본 사진이었다. 근데 사진을 보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다름 아닌 스쳐 가는 두 사람, 정확히는 그 두 사람이 쓰고 있는 하얀 마스크였다.


 강화된 방역 수칙 사 단계. 이번 주 야외에서의 체감온도 사십도. 이 찌는 듯한 더위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여기 쓰인 숫자가 사(四)가 아닌 사(死)가 되어 날 위협할지도 모르니 마스크를 제 한 몸처럼 착용하는 거 말고는 별다른 방도가 없는 시국이다. 그래서일까.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살던 때의 사진에 무섭도록 이상한 이질감 같은 게 느껴진 건. 마스크가 없던 일상이라 봐야 불과 2년 전의 일인데, 무슨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일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저 무섭도록 지긋지긋한 마스크가 사진 곳곳에 깃든 감성 스폿을 다 몰아내고 보는 이의 시선을 강탈한 걸지도 모르겠다.



  추운 겨울날 꽤 오래 바깥을 걸어다니다 잠시 몸을 녹이려 들어간 카페에서 느낀, 추위가 사르르 녹는 묘하게 좋은 기분과 불그스름한 분위기 덕에 따스함이 더해진 포근함이 사진에서 더이상 풍기지 않았다고 하면 너무 슬프려나...


 주저리주저리 글이 길었는데, 요약하자면 '마스크를 쓰기에 날씨가 너무 더운 거 아니냐'이다. (응?) 그 내용을 좀 신박하게 풀어본답시고 적은 글임을 고해성사처럼 밝히며... 쓱 물러가볼까 한다. (뭔 소리를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는 걸 보면 더위 먹은 게 분명하다... 사장님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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