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욕고불만 04화

(2-1) ZAZIE

욕마저 고상한 불어를 만나다(2-1)

by Fernweh

그녀의 이름,

ZAZIE – JE SUIS UN HOMME


책을 펼치자마자 꼬나보며 피똥을 싸니 벌써 피로감이 이만저만이 아닐 터. 비속어는 잠시 내려놓고 분위기를 후끈하게 환기해볼까 한다. 후끈하다고 한 이유? 이 이야기는 19금이다. 물론 그 어떤 음담패설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외설적인 묘사도 없다. 불어 고유명사 한 단어가 한국어 일반명사 한 단어와 이어지며 18세 미만 관람 불가 딱지가 붙고 만다. 혹여 지하철이나 사람 많은 카페에서 이 글을 소리 내 읽는 분이라면 잠시 음 소거를 하시길.


ZAZIE. 조금 혼란이 있을 수 있으니 ‘ie’의 발음은 [ㅣ]라고 땅땅, 못 박고 넘어가자. 완성된 발음이 어이쿠, 망측하기도 해라, 괜스레 얼굴이 붉어진다. 우리말 [ㅈ]과 로마자 [Z]는 발음이 좀 다르다만, 어느 발음으로든 화들짝 놀랄만한 단어가 만들어지는 건 같다. 기어이 혀끝을 윗니 뒷부분에 대어가며 정확하게 [Z]를 구사해도 다른 단어를 연상케 하지 못한다. 우리가 지금 뜨끔한 이유는 이 발음으로 지칭된 단어가 일반 명사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어에서 이 단어는 고유 명사다. 바로 한 가수의 이름이다.


가끔 매체에서 이름 자체가 살아가는 데 곤란을 겪게끔 하는 사연이 소개되곤 했다.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출연하여 개명을 고민한다고 밝힌 두 분의 성함은 김 ‘상년’과 김 ‘광년’이었다. 차라리 ZAZIE가 낫다. 이역만리 한국에서나 발음 때문에 남자 성기의 속된 표현을 연상케 할 뿐, 자국에서는 어떤 놀림감도 되지 않으니까. 반면, 위의 두 분은 하필 성함이 한국어의 비속어와 겹치니 놀림감이 되어 버렸다. ZAZIE 놀림 받기는커녕, 현지에서 꽤 인정받는 유명 가수다. 숨겨진 보컬리스트를 찾는 경연 프로 <The VOICE>(*우리나라에서 <보이스 코리아>로 방송된)의 심사위원을 맡기도 한 가수다.


TV로 음악 채널을 보던 중 ZAZIE의 노래가 소개됐다. 그러고 보니 이름만 기억하고 있을 뿐 노래는 따로 찾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름이야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으니까) 노래 이름이 좌측 하단 화면 아래 뜨는 순간 웃음이 터졌다.


ZAZIE - Je suis un homme


‘자지 - 나는 남자다.’ 누가 뭐라 해도 남자일 수밖에 없는 가수 이름인데 화면 중앙에 등장한 가수가 여자인 아이러니한 장면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노래를 가만히 들어보니 ‘나는 사람이다’가 올바른 제목이었다. 영어의 man처럼 프랑스어의 homme도 사람과 남자라는 뜻을 다 지닌다. 아무튼, 성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국어와 불어가 교차하는 통에 남성과 여성이 혼재하던 이야기가 떠올라 몇 자 적어보았다.


그나저나 고작 이 정도 수위인데 도입부에서 18세 관람 불가라고 한 점과 ZAZIE 본인은 모르겠지만, 그녀 이름을 글의 소재로 삼은 점에 소소한 사과를 보탠다.


*ZAZIE - Je suis un homme 뮤직비디오

https://youtu.be/oSIoP7h4B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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