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마저 고상하다는 불어를 만나다(2-2)
여전히 한글로 표기하기 껄끄러운 가수 ZAZIE의 ‘Je suis un homme’이란 노래를 소개한 김에 역시나 한글로 표기하면 시선을 끄는 단어가 되는 명사구를 소환해보았다. 프랑스어 욕을 화두로 던지면 꽤 많은 이들이 ‘씨 벨 롬’이란 걸 안다고 해온 만큼 이미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는 녀석이다. 한 프랑스어 학습지에서 어그로를 끌기 위해 남자 선생님에게 ‘씨 벨 롬’이란 태그를 붙이기도 한 걸 본 적도 있다.
발음이 하필 참 기괴하지만, 뜻은 그 발음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좋은 걸 너머 아름답기 그지없는 말이다. Si=정말, Bel=아름다운, Homme=사람 혹은 남자. 발음이 연상시키는 ‘열여덟 녀석’과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란 뜻 사이의 괴리가 동음이의의 말장난만큼 퍽 재미나다. 꽃미남이라고 조금 의역하는 경우도 본 적이 있지만, 괴리가 주는 이 재미를 덥석 받아들고 “저는 씨벨롬(꽃미남)입니다.”하고 다니고 싶진 않다.
형용사와 부사까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말이기도 하고, 어딘가 좀 낯 간지러운 구석이 있는 말이라 실제로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말로도 마찬가지다. 아름다운 남자, 그러니까 꽃미남과는 거리가 먼 얼굴이라 ‘정말 아름다운 남자세요’라는 말을 들을 건덕지가 없다. 지금 열심히 타자를 치고 있는 노트북 옆에 있는 작은 거울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면도부터 하자...) 그렇다고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세요’라는 말 역시 들어본 적도 없거니와 해본 적은 더더욱 없다. 이게 나만 그런 거라면 내 인성 탓이거나 입에 발린 말일지언정 칭찬을 직접적으로 하지 못하는 성격 탓이리라.
반대로 우리말 단어나 명사구가 발음 때문에 불어에서 욕처럼 들리는 경우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데 사례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방금 막 2-1화를 써서 그런지 애꿎은 ‘Zazie’만 자꾸 떠오를 뿐. ‘멸치볶음’ 발음을 좀 뭉개서 하면 정말 고맙다는 뜻의 ‘merci beaucoup’ [멬씨보꾸]와 약간 겹치긴 하다만 ‘씨벨롬’만큼 적확한 소리로 매칭되지 않는다. 일단 욕도 아니고. 그나마 멸치볶음을 갖다 붙이려는 건, 온라인으로도 구매할 수 있는 여행에세이 <말을 모으는 여행기> 첫 번째 표제에 이 이야기가 더 풍성하게 소개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자기 책 홍보를 하는 나란 인간은 참... ‘씨벨롬’이 아닐 수 없다. (발음으로 해석하는지 뜻으로 해석하는지의 여부는 여러분의 선택에 맡기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