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마저 고상하다는 불어를 만나다
EPILOGUE
처음에 밝혔듯, 이 글은 프랑스어 학습지가 아니다. 그렇다고 주제인 ‘욕’을 십분 활용하여 배우기 참 까다로운 프랑스어에 대해 푸념만 하려던 자리도 아니었다. 한 언어를 설명하려는 데만 치우치지 않고, 또 외국어를 배우는 고충이나 재미에만 치우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으로 글을 써 내려갔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다 보니 오히려 그 반대쪽 어딘가로 쏠린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욕과 말에 얽힌 문화와 언어 차이를 적어가다가 뜬금없이 그때 접했던 욕 나오는 기사와 시사 거리를 언급하기도 했고, 욕을 쓸법했던 소소한 일화를 소개하다가 동음이의의 말장난으로 점철된 문단도 있었으니까.
여전히 미숙한 글솜씨 때문에 자꾸만 산으로 가려는 글을 제자리로 쉬이 되돌려 놓지 못하고 의식의 흐름에 글을 맡긴 것만 같은 걱정이 쓱 드리우는 순간, 정신을 차리니 이렇게 에필로그를 쓰고 있다. ‘욕’이라는 어그로 같은 키워드에 혹한 누군가가 프랑스어 욕을 알게 된다면, 프랑스어를 구사하거나 배우는 누군가가 프랑스어를 공부할 때 이런 고충이 있었음을 공감한다면, 꼭 프랑스어가 아니더라도 외국어에 관심이 있는 누군가가 외국어를 배우는 이야기의 재미를 찾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몇 달 전, 중국어 중등교원을 ‘0’명 채용한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었다. 세계의 중국어 사용 인구가 몇억이라는 통계는 차치하고서라도, 한국에서 불어보다도 훨씬 쓰임새가 많은 중국어 이야기라는 데에 소름이 돋았다. 채용 인원이 필요 없다는 건 그만큼 수요가 없다는 뜻일 테니까. 중국어가 저런 현실에 처했는데, 불어를 포함한 ‘기타’ 제2외국어의 실상은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을 터. 그러고 보니 몇 년 전, 불어 교수인 지인의 어머님께서 학과가 통폐합되는 바람에 더는 재직하지 않는다고 했던 소식이 떠올랐고, 그보다도 더 전에 불문과 학생들이 복수 전공을 하려고 (잊으셨겠지만 제 전공인) 경영학 수업을 듣던 모습도 스쳤다.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의 가비는 세미파이널에서 ‘세상에 모든 별종에게 보내는 응원’이란 콘셉트로 무대를 꾸몄다. 현실적인 시선에서 영어를 제외한 외국어는 그저 별종 언어로, 심지어 취업의 문턱에선 더 별종 같은 전공으로 비칠지도 모른다. 그런데 난 전공자도 아니면서 그런 별종 같은 언어를 파헤치고 다녔으니 제대로 별종이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별종을 응원하던 그녀처럼 <욕고불만>이란 이름의 이 작은 이야기가 누군가의 욕구불만을 잠시나마, 조금이나마 해소해주었길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 프롤로그에선 모니카를, 에필로그에선 가비를 인용한 저는, 맞습니다, <스우파> 찐팬입니다.
앗, 그렇고 보니 오늘 화요일이네요. 본방사수하러 가야 해서 글은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