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70)
지난 주에 단양에 다녀왔다. 단양하면 마늘, 아니 이야기 주제를 식재료로 새면 안 될 것 같고(그러면서 '마늘 아포가토'를 먹고 온 나란 인간...), 단양하면 도담삼봉 아니겠는가. 도담삼봉 앞에서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누군가 단양에 가는데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딱 한 곳만 가야 한다고 하면 아무 고민도 없이 도담삼봉을 추천할 것이다. 나 역시 다시 단양에 간다면 다른 곳은 다 제쳐두고 도담삼봉부터 갈 것이다.
이렇듯, 낯선 도시를 거닐다 보면 시선은 물론이고 마음까지 빼앗아 버리는 스폿이 있다. 마음까지 빼앗긴 만큼 다시 오고야 말겠다는 다짐도 하게 만드는 곳들. '단양'에 다시 오고 싶다가 아니라 좀 더 구체적으로 '도담삼봉'에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끔 하는 곳들. 이번 글의 포문을 연 도담삼봉 이전엔 수원 화성의 '방화수류정'이 내겐 그런 곳이었다.
도대체 방화수류정의 사진의 톤 보정을 왜 저렇게 흐릿하고 희멀건하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원본 사진 어디갔어...) 아무튼, 도담삼봉을 앞에 두고 먹은 마음을 몇 해 전에 방화수류정에서 똑같이 먹었더랬다. 다시 오고 싶다는 단순한 문장으로 그치지 않고 한 차례 더 수식하는 문장이 달려 '계절마다'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장소다.
중심이 되는 오브제처럼 연못 위에 자리한 정자(방화수류'정'의 '정'은 정자를 의미한다)와 강 위에 소담스레 떠 있는 세 개의 봉 주위를 자연 풍경이 에워싸고 있다는 게 그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일 것이다. 자연은 계절의 흐름에 알맞게 제 모습을 바꾼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 도담삼봉과 방화수류정 모두 아직 여름의 모습이 남아 있는 '초록초록'한 시절에 다녀왔는데, 멍하니 풍경을 바라보며 다른 계절일 때는 어떤 모습일지 떠올려보기도 했다.(점심 먹으면서 저녁 뭐 먹을지 생각하는 꼴이려나...)
방화수류정도, 도담삼봉도 처음 마주하고 나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시 찾으리라고 다짐했다. 다짐은 했다. 다짐만큼은 잘도 했는데... 뭐, 도담삼봉은 지난 주에 다녀왔으니 다음 계절까지 기다릴 수야 있다지만, 방화수류정은 처음 다녀오고 나서 사계절은 두 번, 세 번은 바뀌었으니 이렇다할 변명도 댈 수가 없다. 그야말로 한 계절에 그치고 만 다짐이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만한 사실은 다음 주에 일이 있어 수원에 간다는 것! 다행 중 불행이라면, 방화수류정을 둘러보고 올 시간적 여유가 있을지 모르겠고, 간다한들 아직 '초록초록'한 풍경일 거라 그때 그 다짐은 다음주에도 한 계절에 그치고 만 다짐이 될 것 같다는 것... 어딘가로 떠나는 여행에 의무감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봄과 가을과 겨울의 방화수류정과 도담삼봉을 만나기 위해서는 한 계절의 다짐에 의무감을 살짝 섞어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