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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rnweh Oct 24. 2022

비타민 B냐 C냐 D냐

단상(73)


- 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 을 챙겨 먹는 다면 딱 한 가지. 비타민이다. 중간에 대시를 굳고 굳이 말을 덧붙인 건 병원에서도 '평소 먹는 약이 있냐'는 의사의 질문에 '비타민을 먹긴 하는데요'라고 답하면 의사는 으레 그건 딱히 상관없다는 쿨한 반응만을 보이기 때문이다. 약이라기보다는 그냥 건강 보조제랄까. (그게 그건가?)


아무튼, 명칭이나 분류가 중요한 건 아니고 지금은 비타민 B냐 C냐 D냐가 중요한 시점이다. 내가 떨어뜨린 그 비타민 말이다. 거실에서 떨어뜨린 거니 바로 주워 먹으면 되려만, 하필 세로로 착지해 또르르 굴러 냉장고 밑으로 쏙 들어가 버려 먹지 못한 비타민이기도 하고. 무슨 이번 기회가 아니면 못 먹는 산해진미도 아니거니와 냉장고 밑에서 꺼내 먹을 수 있다손 치더라도 그 아래 먼지와 한 몸이 됐을 한 알의 비타민은 꺼내 줘도 먹고 싶지는 않다.



세 알 중 두 알만 그대로 꿀꺽 삼켰다. 간편하게 챙겨 먹을 수 있는 종합 비타민 알약이라 사 먹고 있는 이 제품은 지금 보니 뭐가 비타민 B고 뭐가 비타민 C고 뭐가 비타민 D인지 기억이 안 난다. 그러니 비타민 B였나 D가 B1, B2 뭐 이런 식으로 또 한 번 나눠지는 것도 기억 안 나는 건 말해 뭐해... 개별 포장된 봉지엔 따로 표기되어 있지 않고 박스에 쓰여 있던 것 같은데 이미 박스는 버린 지 오래다. 냉장고 밑에서 연기가 사르르 피어오르고는 산신령(이미 '산'이란 수식어를 붙일 수가 없지 않나. 냉장고 밑 지박령이라고 해야 하나)이 나타나 이 비타민이 네 비타민 C냐, (사라졌다가 다시 한번 펑-하고 나타나) 이 비타민이 네 비타민 D냐, 하면서 답을 알려주지도 않을 노릇이었다. 


B든 C든 D든 하나를 빼먹었다고 해서 갑자기 손이 파르르 떨린다거나 갑자기 핑-하고 빈혈이 생긴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정체를 알고 싶었던 이유는 대체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형이 어머니한테 선물한 가루 타입의 비타민 C. 그러나 한 번 먹어 보시고는 '너어어어어무' 시다고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며 나한테 넘어온 비운의 비타민 C가 아직 집에 있었다. (BGM: 어머니는 신 비타민이 싫다고 하셨어... 어머니는 신 비타민이 싫다고 하셨어... 야이야이야) 못 먹을 정도로 신 건 아니었지만, 이미 먹고 있는 비타민이 있어서 그냥 쟁여두기만 한 비타민 C를 먹어도 되나, 하고 문득 고민했다. 


만약 방금 떨어뜨린 알약이 비타민 C였다면 가루형 비타민 C로 빠진 부분을 보충할 절호의 타이밍이었다. 허나 그게 B나 D였다면 애먼 비타민 C만 과다 복용하는 꼴이 됐다. 어느 비타민이건 과도 복용하는 건 좋지 않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가루형 비타민을 섭취할 수가 없었다. 참 시답지 않은 걸로 고민하고 그걸 또 가지고 글로 쓰기까지 하는 건 글에 깨알 같이 실린 몇 가지 드립을 치고 싶어서였을 뿐... 이렇게 또 김새는 소리를 잔뜩 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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