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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rnweh Aug 01. 2023

4년 만에 수영하기

단상 (99)

 

 파리에 살 때 수영장을 다녔고, 오늘 수영장을 갔으니 근 4년 만에 수영하러 다녀왔다. 한국에 오고 나서 바로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집 근처에 수영장이 있어도 약 2년 정도 수영장을 갈 수 없었다. 겨우 코로나가 잠잠해질 즈음, 수영장은 아니었지만 서핑을 한 번 배워볼 겸 해서 양양을 찾았다가 생각지도 못한 부상을 입고 물과의 거리두기는 하염없이 늘어났다. 


 이렇게 적으니 수영을 늘 하고 싶어 하는 마음과 달리 외부적인 요인으로 수영을 못하게 되어 슬퍼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전혀 그런 건 아니다. 수영을 못 한다고 해서 서글프거나 아쉽거나 그런 건 크게 없었다. 그저 365일 아가리 다이어터로 사는 내가 살을 뺀답시고 입버릇처럼 하는 소리가 '유산소를 해야 한다면 수영'이어서 잊을만하면 한 번씩 수영하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할 뿐이다. 다른 유산소 운동은 제쳐두고 수영을 택하는 이유도 기가 막힌데, 그 이유는 바로... 땀나는 걸 모르기 때문이다. 


 꾸역꾸역 헬스장에 나가 운동한 덕분인지 최근에 2kg가 훅 줄어들었다. 체중 확인 후 탄력을 받아 이왕 이렇게 된 거 유산소 운동에 좀 더 박차를 가하자는 마음으로 잊고 있던 수영장을 찾았다. 어제 월요일과 오늘 화요일 평일 자유수영을 이용했는데, 일요일에 수영하자고 마음을 먹어서 준비된 게 하나도 없었다. 겨우 서랍을 뒤져서 수영복과 수영모는 찾았는데, 처박혀 있던 수경은 가운데 이음새가 부러져 버려야만 했다. 내가 가려던 수영장 리뷰를 보다가 아레나 매장이 있는 걸 보고 물안경은 저기서 사면 되겠다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수영장을 향했다. 물안경도 물안경이지만, 수영 물품 판매 매장이 없었으면 기껏 발권까지 하고 집으로 돌아갈 뻔했다. 발걸음만 가벼웠어야 하는데 짐도 가볍게 한 나머지 수건을 가지고 앉았던 것. 짐만 락커에 보관 후 다시 매장으로 가서 스포츠 타월까지 사야 했다. 가지가지 한다...


 신기하게 4년 간 수영장 근처에 간 적도 없는데, 몸이 영법을 기억했다. 다만 체력은 예전만 못해서 스타트를 끊자마자 숨이 차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고작 50m 돌았는데도 명치 부근에 답답함 같은 게 느껴졌다. 진짜로 숨이 차서 후욱후욱 숨 고르거나 헥헥대거나 한 게아니었다. 동작은 몸이 기억하고 있었지만 호흡은 의식적으로 해야 한다는 걸 두어 번 자유형으로 레인을 왔다갔다 하고서 깨달았다. 강습 받을 때 '음-파!'하고 호흡하던 그때 그 기억을 떠올리며 일부러 '음~~~'소리를 내며 물 속에 고개를 짚어 넣었을 때 숨을 뱉었다. 겨우 물 속에서 숨을 뱉는 것까지 적응하고 나서야 좀 더 편안하게 물살을 가를 수 있었다. 물론 저질체력이야 적응하고 얼마 안 되서 진짜로 숨차서 레인 끝 구석에 처박혀서 숨을 골라야 했다. 


 4년 만에 한 수영인데 50분을 꽉 채워서 수영을 했다니, 괜스레 뿌듯했다. 수경도 샀고, 얼떨결에 스포츠 타월도 사는 바람에 시간이 될 때 자유수영을 오겠다고 다짐하며 샤워를 마치고 나갈 채비를 했다. 머리를 휙휙 말리고, 선크림을 슥슥 바르고, 티셔츠를 입기 전 데오드란트를 발랐..."악!" 겨드랑이가 물에 쓸려 따끔거린다는 사실마저 잊고 있었다. (소리를 입 밖으로 내지 않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받진 않았다) 바로 수건으로 발랐던 데오드란트를 닦았지만 겨드랑이의 화끈거림을 십여 초 참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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