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後ろからすみません expr. 뒤에서부터 실례합니다.
* 생생한 발음을 살리기 위해 제목만 실제 발음으로 표기했고 본문은 외래어표기법에 따랐습니다.
후쿠오카 하카타역 지하 식당가에서 밥을 먹고 나오던 중이었다. 뭘 먹을까 고민하며 식당가 안쪽으로 꽤 깊숙이 들어왔는지, 돌아가는 길이 멀다. 1층으로 올라가는 통로에 가까워질수록 사람이 조금씩 많아져 통로가 복작거린다. 내가 먼저 지나가거나 나를 먼저 보내거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광경이 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심심한 여행자는 남들 모르게 혼자 하는 레이스를 펼친다. 안 그래도 원래 걸음이 빠른데, 쓸데없는 경쟁심에 더 빨라진 걸음걸이를 이 한 마디가 멈춰 세운다.
“우시로카라스미마셍(後ろからすみません)”
양옆에 늘어 선 식당 입구 어딘가에서 들린 소리인 줄만 알았다. 무심하게 지나치려는데 소리가 좀 더 가까이 들려온다. 무슨 일인지 몰라도 ‘스미마셍’, 실례를 구했으니 일단 혼자만의 레이스를 멈춘다. 소리의 발원지로 고개를 돌린다. 한 아주머니 손에 낯익은 손수건이 들려 있다. 도쿄에서 산 옅은 하늘색의 얇은 손수건. 긴 지하 통로를 육상 경기장 트랙으로 만드는 몽상에 빠진 사이 가방 바깥 옆 주머니에 대충 찔러 둔 손수건이 떨어졌나 보다. 손수건을 주워 빠른 속도로 걷던 날 쫓아와 건네줬을 거란 생각에 저절로 감사 인사가 연거푸 나왔다.
주섬주섬 손수건을 짚어넣으며 아주머니가 한 말을 곱씹었다. ‘우시로까라 스미마셍’. 직역하면 ‘뒤에서부터 실례합니다’. 뭔가 어색했다. 뒤에서부터 실례합니다, 뒤에서 실례합니다, 뒤쪽에서 실례합니다. 조금씩 다른 말로 ‘실례합니다’를 꾸며도 우리말로는 이렇게 말한 기억이 없다. 워낙 민낯으로 실례한다고 하는 게 익숙한 탓일까. 영어나 불어로 해당 문장을 떠올려도 마찬가지고. (나만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어색하게 들렸을지 몰라도 남에게 호의를 베풀려고 뱉은 말이다. 그 친절한 마음 앞에 ‘우시로카라’, 다섯 음절이 더 붙어서 그런지 말은 더 따뜻한 내음을 풍겼다.
얼마 전 헬스장에서의 일. 복근 운동하던 학생이 싯업벤치 아래로 떨어진 핸드폰을 못 보고 다른 기구로 가버렸다. 핸드폰을 주워 따라갔다. 문득 하카타역에서 들은 말을 해보고 싶었다. 그때의 따뜻한 내음을 넣고 싶었지만 ‘뒤에서’를 붙이기는 역시 어색했다. 그 부분만 자체 묵음 처리. “(뒤에서부터) 실례합니다.” 다섯 음절을 뺀 문장은 덜 따뜻한 걸까. 학생 귀에 꽂힌 차디찬 에어팟을 녹이지 못했다. 날 쫓던 아주머니처럼 학생을 쫓는다. “실례합니다... 저기요... 핸드폰 떨어졌어요...” 전혀 듣지 못한다. 사이클을 타려는지 그 앞에 멈춘다. 거기까지 따라가서 등을 툭 두드리고 핸드폰을 건네줬다.
하카타역에서 에어팟을 끼고 있었다면 지금 이렇게 여행에서 들은 따뜻한 말 한마디도 추억하지 못했겠지. 무선 이어폰을 잘 쓰지 않는 이유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