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이 알려주는 온천 이용 에티켓

일본어 お風呂に入ろう expr. 탕에 들어가자

by Fernweh

말을 모으는 여행기, 말.모.여. 28)


일본어 お風呂に入ろう[오후로니 하이로-] expr. 탕에 들어가자


갈퀴가 없어 슬픈 사자를 좋아하니

양 볼이 빨개진 곰을 좋아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 곰을 보러 '곰'의 도시 구마모토(熊本)로 갔다



* 일본어 외래어표기법상 장음을 따로 표기하지 않지만 제목에서만 생생한 발음을 살리기 위해 넣었습니다. '구마몬'은 '쿠마몬'으로 표기하는 경우도 있으나 본문에서는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구마몬이라 적었습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뜨는 동영상의 2/3는 ‘댕댕이’와 ‘냥냥이’ 영상이다. 동물을 좋아하는 만큼 그 귀여움을 빼다 박은 캐릭터도 좋아한다. 내 지인 누구나 날 ‘라이언 덕후’로 알고 있다. 오죽했으면 퇴사 선물이 전부 라이언 관련 상품이었을까. 그런데 갈퀴가 없어 슬픈 수사자 콘셉트인 ‘라이언’ 탄생 전, 연지곤지를 찍은 검은 곰 콘셉트의 ‘구마몬’이 있었다.


구마몬을 만나러 그의 고향 구마모토(熊本)까지 왕래한 건 ‘덕력’의 증거이기도 했다. 구마모토는 패키지여행으로 이미 와서 웬만한 명소는 다 관광했다. 그런데도 또 구마모토에 간 건 오롯이 구마몬 스퀘어를 방문하기 위함이었다. 구마몬의 성지 ‘구마몬 스퀘어.’

구마몬 스퀘어의 입구


사실 구마몬 스퀘어는 거창한 관광지는 아니다. 백화점 내에 위치한 한 매장일 뿐. 우리나라 백화점, 쇼핑몰 안의 카카오 프렌즈 매장 정도다. 물론 구마몬의 고향인 만큼, 한정판 굿즈를 판매하고, 그의 사무실도 만들어 놓았다. (직책은 ‘행복부장’) 근무하는 날엔 실제로 구마몬과 만나는 이벤트를 연다. 그 날짜까지 굳이 맞추진 않았다. 이미 동심이 남아 있지 않으니 구마몬이 눈앞에 등장해도 귀여워하기보단 안쓰러워했을 테니까. (인형 탈 쓰고 참 고생이 많네, 하고) 규모가 크지도, 셀럽을 직접 보는 것도 아니니 구마모토까지 갈 ‘덕력’은 살짝 주춤했다. 덕력을 충전할 수 있었던 건 당시 이용 중이던 기차 패스(JR 북규슈 패스) 덕분. 지정석 예매만 하면 후쿠오카→구마모토 구간을, 그 비싸다는 신칸센으로 탈 수 있는 기회라 겸사겸사 구마모토로 향하게 됐다. (기차 여행과 관련된 여행기는 이전 글, <가장 먼저 기차역으로 간 이유> 참조)

"날 보러 온다구우~?"
구마몬 스퀘어의 구마몬 사무실-


이쯤 읽어 내려오니 생기는 궁금증. 구마몬 이야기랑 ‘탕에 들어가자’가 무슨 상관이지? 구마몬 스퀘어에서 본 ‘구마몬의 휴일(くまモンの休日)’ 영상에 나온 말, 아니 노래 때문이었다. 휴일에 온천을 찾은 구마몬이 나오는 온천 이용 에티켓 홍보영상이다. 탕에 들어가기 전에 씻어라, 수건을 탕 안에 넣지 마라, 나가기 전 물기를 없애라 등등. 귀여운 연출이 눈이 들어옴과 동시에 ‘솔 솔 미 레 솔 솔 라 솔~’ 멜로디가 귀에 들어왔다. 이 ‘브금’ 도입부의 가사가 바로 ‘오후로니 하이로-(탕에 들어가자)’였다.


뒤에 다른 가사가 더 있지만, 이 첫 가사가 강렬한 메시지처럼 뇌리에 박혔다. 구마몬 스퀘어를 나와 구마모토 시내를 돌아다니는 내내 머리에서 맴돌았다. 탕에 들어가자~ 탕에 들어가자~ 자꾸만 들리는 통에 계획에 없던 온천을 일정을 바꿔서라도 가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음 휴일은 구마모토 탕(온천)에서 느긋하게 보내라몬!"


이후에 오이타, 유후인 온천 여행을 갔을 때 탕에 들어가자는 말이 또다시 떠올랐다. 샤워를 마치고 탕에 들어가려는 순간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말, ‘오후로니 하이로~’. 구마몬을 따라 발을 한 번 넣어 보고 물이 너무 뜨거워 화들짝 놀라는 시늉도 따라할 뻔했다. 쉬운 멜로디 때문인지 ‘오후로니 하이로~’를 글로 쓰고 있는 지금은 또 노래로 머릿속에 울려 퍼진다. 무음인 문장에 멜로디를 입혀 보고자 한다면 링크를 타고 넘어가 해당 영상을 시청하면 좋을 것 같다.


구마몬의 휴일 영상


여담: 몇몇 일본 언론에서 펭수가 구마몬을 표절했다고 억지를 편다는 기사를 봤다. 어디가 비슷한 건지 되묻고 싶다. 됐고, 귀여운 친구들은 건들지 마라. (부들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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