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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ON FAVORI 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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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rnweh Jan 17. 2021

리옹-의 크림치즈

프랑스의 네 도시 탐방기, 몽파보리 (1-4)







허브로 절인 고등어와 잘게 썬 가지무침

Filet de maquereau mariné aux aromates et son caviar d’aubergine


빵가루를 입혀 구워낸 돼지 족과 파슬리를 뿌린 감자

Pied de cochon pané et cuit au torchon, pommes persillées


리옹 전통 크림치즈

Cervelle de canut



   리옹의 유서 깊은 브라스리에서 먹은 메뉴. 주재료와 곁들어진 재료, 조리방식까지 자세하게 풀어 쓴 설명이 메뉴 이름이 된 에피타이저, 본식과 달리 디저트는 당당히 자기만의 이름인 'Cervelle de canut'으로 메뉴판에 적혀 있었다. 리옹 전통방식으로 만든 크림 제형의 치즈라고 풀어 쓰지 않고 따로 이름이 있을 정도라는 건 이 지역에서 그만큼 많이 소비된다는 방증이리라. 충무 김밥을 원통형의 밥 한 덩이를 단출하게 김으로 싸서 섞박지, 오징어무침과 같이 내는 김밥이라고 구구절절 말하지 않는 것처럼. (고유명사 취급한다면, ‘세르벨 드 카뉘’라 해야 하지만, 한국인에겐 낯선 디저트라서 '리옹 전통 크림치즈'라고 번역했다.)


   ‘1836년 개업 이래로 여전히 인파가 끊이지 않는 브라스리로...’라는, 한 개에서 다섯 개 사이의 별 개수로 대신 드러낸 필자의 주관이 생략된, 철저한 중립의 어투로 소개하는 가이드북에서 이곳을 보고 온 건 아니었다. 쿨하다 못해 이 정도면 투숙객 방치 아닌가 싶었던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유일하게 추천한 장소였기 때문이었다. 


   호스트는 날 투숙시킨 후 바로 휴가를 떠났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휴가가 나 때문에 늦어지고 있었다. 트램 선로 공사로 숙소 앞 정거장보다 하나 먼저 내려서 걸어오느라 약속했던 체크인 시간에 30여 분 늦었다. 마음이 급할 수야 있었다. 그렇다고 주방과 화장실 위치만 띡- 알려 주고 자세한 건 책상 위 설명서를 보라고 안내를 마쳤으니 이 정도면 투숙객 방치 아닌가. 물론 한 정거장 전부터 걸어온 날 가엽게 여겨 물 한잔을 내어주긴 했다. (프랑스에선 수돗물을 마신다. 에비앙이나 페리에를 떠올렸다면 경기도 오산...) 


   그러고는 부랴부랴 오른손에 핸드백을 집어 들고, 왼손으론 내게 집 열쇠를 넘겨주며 머무는 동안 문제가 생기면 남동생이 올 거라 말하며 나가려던 그녀는 갑자기 멈춰서더니 포스트잇에 쓱쓱 뭔가를 적는다. 


   “Tiens.”(받아) 

  받아 든 포스트잇엔 필기체로 브라스리 조르주가 적혀 있었다.


   식당에 지분이 있든지, 진짜 현지인 추천 맛집이든지, 둘 중 하나다. 휴가 간답시고 숙박 안내를 5분도 안 걸리게 끝낸 사람이 서두르던 발걸음을 마다하고 추천하다니. 식당에서 전채요리와 본식을 맛보고 나서야 앞서 한 의심이 전자에서 후자로 기울어졌다. 비린내가 심한 생선이라 주문하면서도 걱정했던 고등어 요리에선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았다. 빵가루를 입혀 튀겨서 그런지 겉이 바삭한 식감이 괜찮았던 돼지 족 요리도 뚝딱 해치웠다. 사심 없는 맛집 추천을 사심을 채우려는 수작으로 의심한 게 괜히 미안했다. 그리곤 대망의 디저트가 나왔다.


   ‘아... 여기에 지분이 있네... 있어...’ 

   크림치즈를 한술 뜨자마자 든 생각. 도통 뭔 맛인지 알 수 없어 부동의 자세로 초점 잃은 눈만 끔뻑- 끔뻑- 거렸다. 생김새는 비슷했지만 휘핑크림처럼 달달하지도 그렇다고 사워크림처럼 톡 쏘는 맛도 없었다. 조미가 전혀 되지 않은 곱게 간 두부에 물을 타서 씹는 맛에 가까웠다. 입으론 우물우물 크림치즈를 씹으며, 여전히 눈을 끔뻑거리며 더 먹을지 말지 고민을 하다 숟가락을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역시 음식 맛은 각자의 취향과 선호도에 따라 각양각색이 된다. 적당히 좋아하던 메뉴도 지역 색이 들어가면 하나의 확고한 취향이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여행의 한 끼였다. 나고 자란 지역과 같은 뿌리에서 자양분을 받은 개인의 입맛은 타 지역 사람들과는 달리 쉽게 ‘맛있다’는 쪽으로 기울기 마련이니까. 이게 뭔 말이고 하니... 이 음식을 도무지 왜 추천해 준건 지 모르겠다는 말을 에둘러 하는 중이다.  


리옹 전통 크림치즈, cervelle de ca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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