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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ON FAVORI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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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rnweh Jan 25. 2021

바다에 닿은, 몽펠리에

프랑스 네 도시 탐방기, 몽파보리(3-1)








   남프랑스는 예상보다 더웠다. 그래서 예상보다 일찍 여행에 지쳤다. 꽉 막힌 위장을 소화제로 뚫듯, 빡빡하게 짜인 일정에 쉴 틈을 불어 넣었다. 그 틈에 자리한 도시가 몽펠리에였다.


   쉽답시고 하염없이 호텔에 들어박혀 있고 싶진 않았다. (호텔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기도 했고) 숙소에 와서야 오늘 2만 보나 걸었네, 하고 깨닫고마는 하루를 다 잡아먹는 긴 일정은 잠시 접어 두기로 했다. 어차피 너무 더워서 계속 저렇게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가긴 나갈 건데, 긴 호흡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그러니까 외출과 휴식을 겸할 수 있을 법한 곳을 찾았다. 관광 안내소 직원은 휴식이란 키워드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추고서는 몽펠리에에서 바다를 갈 수 있는데, 가겠냐고 물었다.


   몽펠리에는 바다에 바로 접해 있는 도시는 아니다. 차로 이삼십 분 정도 가야 바다가 나온다. 인천 시내에서 인천에 접한 바다를 보러 가는 정도니 맞닿아 있진 않아도 멀다고 불평할 정도는 아니다. '1종 보통이지만 장롱 면허' 소지자라 렌트를 하기엔 마음의 준비가 안 됐으니(국제 운전 면허증도 없었다) 안내소 직원에게 대중교통을 이용해서도 바다에 갈 수 있냐고 되물었다. 코미디 광장에서 1호선 트램을 타고 시내 끝자락의 종점에서 내리면 바다에 가는 버스가 있단다. 도시가 작아 종점까지야 20분이면 닿고, 버스를 갈아 타고도 20분이면 바다에 도착한단다. 트램이나 버스 안에서 춤이라도 추면서 에너지를 소진할 게 아니니 40분 가량의 이동 시간은 여행에 쉼을 불어 넣으려다 자칫 더 피곤해질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에 다음 날 당장 바다에 가기로 했다. 


   아침보다는 점심에 가까운 시간에 일어나 대충 끼니를 때웠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발라드 BPM에 맞춘 걸음 속도로 설렁설렁 트램 정류장으로 갔다. 종점에 내리니 막 출발한 버스 뒤꽁무니가 보였다. 다음 버스 도착 예정 시간: 20분 후. 평소라면 20분‘이나’ 기다려야 되냐고 짜증이 솟구쳤을 텐데, 몽펠리에에선 이마저도 쉴 틈을 불어넣을 시간으로 느껴져 조바심은 나지 않았다. 뒤이어 온 버스에 타고선 잠깐 졸았더니 해변에 도착했다. 내려서 5분 걸었더니 백사장이 나타났다. 더 멀리 갈 것도 없이 적당한 곳에 비치 타월을 깔고 그대로 드러누웠다.   

   

“그 파도 속에 물거품 속에다 던지고 묻어두고 뒤돌아서도”
- 빅마마 3집 <바다로 간 어느 날>


    노래 가사처럼, 지중해 파도와 물거품 속에 예상보다 일찍 쌓여 버린 여독과 피로와 더위와 갈증을 묻어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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