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행복 실천기
‘선물’을 발음하면 설레는 마음이 든다. ‘사과’를 발음하면 입 안 가득 사과의 단맛이 돌았고, ‘고양이’라고 발음하면 의식하기도 전에 웃음이 난다. ‘엄마’라고 발음하면 뭉클해졌고 연인의 이름을 발음하면 어쩐지 부끄럽다. 말에는 저마다의 느낌이 있다. 어떤 말은 뱉으면 기분이 좋아졌고, 어떤 말은 뱉으면 기분이 나빠졌다. 또 어떤 말은 뱉지 말아야 할 것 같았고, 어떤 말은 없어졌으면 싶기도 했다. 그 말이 어디에 속하든, 말을 뱉으면 그것이 떠올랐고 자연스레 어떤 마음이 들었다.
나의 연인은 가끔 내게 기분을 묻는다. 일상적인 연락을 주고받다가도 “오늘 기분 어때?” 하고 묻는데, 그럼 나는 잠시 생각한다. 나의 기분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대체로 좋음/저조함/울적함. 연인의 질문에 대한 내 답은 대체로 이렇다. “오늘 내 기분? 좋은 것 같아.” 하지만 가끔 그렇지 않은 날도 있었다. 몸이 좋지 않은 날이나 날씨가 흐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 또는 기분 나쁜 일이 있는 날 등. 이런 날은 ‘저조함’에 속한다. 그때의 나는 기분을 묻는 연인에게 “오늘은 좀 별론 것 같아.” 하고 말한다. ‘울적함’에 속하는 날은 많지 않은 편인데, 그래도 아주 가끔 그런 날이 있긴 하다. 울적함이 느껴지는 날엔 “울적해.” 라고 말했다. 그럼 연인은 이유를 물어봤다. 울적함의 이유는 외부 보다 내부에 있을 때가 많았다. 스스로 세운 계획을 실천하지 않았거나 하루 종일 게으름을 부리거나. 또는 타인과의 셀프 비교로 자존감이 뚝 떨어진 상태이거나, 그로 인해 ‘나는 정말 쓸모없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는 날이거나. 그런 날엔 행복을 주제로 글을 쓰는 것 역시 힘들 때가 있는데, 그렇다고 스스로를 불행한 사람이라 생각하거나 그 상태로 두고 싶진 않았다. 행복하지 않은 건 맞는데, 그런 내게 “넌 불행한 사람이야.” 라고 외치고 싶지도 않았다. ‘짧다’의 반대말이 ‘길다’인 것처럼,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다. 불행의 사전적 정의는 ‘행복하지 아니 함, 또는 그런 일’이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나 불행해!” 하고 뱉으면 ‘행복하지 아니 함’을 넘어, 불행해질 것 같았다(내게 ‘불행’은 행복하지 아니 함이 아닌, ‘영원히 행복할 수 없는 상태’로 느껴졌다. ‘행’ 앞에 붙은 ‘불’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울적한 날이면 ‘행복하진 않지만 불행한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오늘 나의 기분은 대체로 좋음이다. 비록 오후가 되면서 날씨가 흐려지긴 했지만, 또 갑작스레 비가 오긴 했지만 내 기분은 괜찮다. 불행은 행복의 반대말이다. 하지만 나는 불행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행복하지 않은 상태가 내일의 행복을 품고 있다면 불행은 내게 남은 행복마저 뺏어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나의 태도는 어쩌면 이상함으로 읽힐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게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 아닌 ‘행복하지 않은 상태’이다. 상태는 늘 변하므로. 오전의 날씨와 오후의 날씨가 다르듯,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듯 상태는 늘 변하는 것이고 변할 수 있는 것이므로.
이 글을 읽고 있을 연인에게, 또 누군가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하루는 어땠으며 오늘 당신의 기분은 어땠는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