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반짝이는 것들

1일 1행복 실천기

by 목연





잠이 오지 않는 새벽, 어둠 속에서 눈을 깜빡이면 잊고 있던 얼굴들이 떠올랐다. 한때 친했던 사람과 아르바이트를 하며 만난 사람들, 비밀을 털어 놓았던 얼굴과 갈 곳이 없어 마냥 걸었던 날들. 한때 친구였고 친했던 사람들의 얼굴은 천장에 붙은 야광별처럼 아주 가끔씩, 흐릿하게 떠올랐다.


스물 둘의 여름,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요즘 뭐해?” 중학교 내내 함께 붙어 다니던 친구였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친구의 목소리는 예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나? 잘 지내지. 너는?” 친구는 휴학 후 아르바이트와 개인 공부를 병행 중이라고 했다. 친구는 빠른 속도로 말을 이어갔다. 나는 친구의 말에 “그렇구나.”와 “정말?” 같은 말을 섞었다. 우리의 대화는 어딘가 급하고 맞지 않았다. 친구는 잠깐의 정적이라도 흐를라치면 웃었고, 나는 친구의 말이 끝날까 걱정했다. 어색함을 감추려 목소리를 높이고 크게 웃었지만, 어색함을 모두 숨길 수는 없었다. 친구와 나는 들뜨지만 어색한 목소리로 전화를 이어갔다. 십 분 남짓의 통화는 “다음에 만나자.”는 것으로 끝났다. 통화 후 친구는 카톡으로 만날 날짜와 장소를 내게 물었고, 만남은 빠르게 진행 됐다.

학교 앞에서 만난 우리는 중학교 때의 이야기를 하다 그 이후의 삶을 이야기했다. 친구는 관심이 생긴 분야가 있어 그걸 전공으로 선택했다고 했다. 반면 나는 관심보다는 갈 곳이 없어 이곳에 왔다고 했다. 우리 사이에 공백이 있는 만큼 채워야 할 것 역시 많았다. 서로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으려 집중했지만 모르는 부분이 더 많았고, 그 사이 변한 것 역시 무시할 순 없었다. 한 차례의 만남 후 두 번째 만남에서, 우리는 더 할 얘기가 없어졌다. 친구는 여전히 아르바이트와 개인 공부를 병행 중이었고 나는 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를 할 뿐이었다. 약 두 시간의 만남 후 친구는 다른 약속이 있다며 자리를 떴고 나는 일하는 식당으로 향했다. 어떻게 사는지, 잘 살고 있는지, 여전히 쌍꺼풀 없는 큰 눈으로 살아가는지 궁금하던 친구였는데, 막상 얼굴을 마주 하고 대화하니 반가움보다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공백이 더 크게 느껴졌다. 우리는 그때의 서로를 기억하며 이야기했지만 실은 알고 있었다. 그때의 우리와 지금의 우리가 다르다는 걸 말이다. 첫 번째 만남과 달리 두 번째 만남에서 나는, 더 이상 친구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예상대로 친구는 간혹 연락했고 나 역시 그랬다. 그때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나와 친구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흩어졌던 그때처럼 서로에게 연락하지 않는다.



16..jpg 흐릿흐릿 야광별


언젠가 사람과 사람이 멀어지는 데 큰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그저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 때문에 누군가와 멀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가장 먼저 생각난 건, 쌍꺼풀 없는 큰 눈을 가진 친구였다. 중학생 때의 우리는 모든 걸 함께 할 만큼 가깝고 친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우리에겐 다른 친구가 생겼고 보다 많은 이들이 각자의 삶에 놓여 있다. 물론 조금 더 노력했더라면 친구와 계속 연락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정말 그럴 수 있었을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계절이 변하고 취향이 변하는 것처럼,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많은 것이 변하고 수정된다. 어제 친했던 네가 십 년 후엔 멀어질 수도 있고, 데면데면하던 이와 어느 날 가까워질 수도 있다. 지금 내겐 모든 걸 함께 할 친구는 없지만 마음을 나눌 사람은 있다. 힘들면 가장 먼저 생각나고 즐거운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말해주고 싶은 사람들이 말이다. 지나간 인연은 비록 지나간 것이지만 그들은 여전히 내 마음 속 어딘가에 남아, 아주 가끔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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