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의 침대는 고양이 것입니다.

1일 1행복 실천기

by 목연





매일 아침 여섯 시, 방문이 열리면 익숙한 그림자가 내 방으로 들어온다. 바짝 세운 꼬리와 네 개의 긴 다리, 토도독 소리 나는 발걸음. 빠른 걸음으로 거실을 지난 그림자는 “꼬롱” 하는 소리와 함께 침대 위로 뛰어오른다.


달래와 톨이는 우리 집에 사는 고양이다. 둘은 길고양이라기엔 깨끗하고, 집고양이라기엔 꼬질꼬질한데, 아침이면 집으로 와 잠을 자고 오후 네 시쯤이면 일어나 집을 나선다. 달래와 톨이가 이러한 생활을 하게 된 데에는 꽤 복잡한 사연이 얽혀 있다. 고양이와 연을 맺은 건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당시 같은 반이던 친구는 내게 갓 태어난 새끼고양이가 있는데 잠시 맡아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고양이를 좋아했지만 고양이에 대해 알지 못했던 나는 엄마와의 상의 끝에 잠시 고양이를 맡기로 했다. 태어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채 어미에게 버려진 고양이는 손바닥보다 작았다. 친구는 내게 고양이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와 케어 방식을 알려주었다. 엄마는 아기 분유를 타듯 고양이 분유를 탔고 먹였다. 분유를 먹인 후엔 생식기를 톡톡 쳐 배변 유도를 했다. 그럼 작은 생식기에서 오줌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손바닥보다 작았던 고양이는 엄마의 사랑과 우리의 관심 덕에 쑥쑥 자랐다. 마음 같아선 애기와 평생을 함께 하고 싶었지만 우리 집엔 아빠라는 큰 벽이 있었다. 아빠는 ‘동물은 바깥에서 자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다. 아빠는 고양이 털이 날리는 걸 싫어했고 무엇보다 나와 언니, 엄마가 자신의 의견에 반기를 드는 걸 싫어했다(우리가 애기를 돌볼 수 있었던 건, 그 당시 아빠가 다른 지역에 가 있었기 때문이다). 애기가 3개월 쯤 되었을 때 엄마는 “좋은 데로 보내야 하지 않겠니.” 했다. 나는 친구에게 사정을 이야기했고, 친구는 “그럼 내가 주변에 알아볼게.” 라고 말했다. 우리의 첫 고양이였던 ‘애기’는 옆 반 친구의 집으로 입양 갔고, 사랑 받는 둘째 아들로 잘 자라고 있다. 이러한 사연 탓에 달래와 톨이 역시 아빠가 없는 시간에만 집에 들어올 수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침대로 뛰어든 둘은 야옹 야옹 울며 각자의 자리로 향한다. 톨이는 내 옆으로 와 팔과 손을 힘껏 깨물고, 달래는 그 옆에 누워 그루밍을 한다. 나는 반쯤 뜬 눈으로 톨이에게 깨물리며 “하지 마.”를 연신 외친다. 사람들이 출근 준비로 분주한 아침, 그때부터 침대는 내 것이 아닌 아가들의 것이 된다. 침대에서 휴대폰도 보고 티브이도 보는 나와 달리 달래와 톨이는 그저 열심히, 잠을 잔다. 베개에 기대어 자기도 하고 배를 뒤집고 코를 골기도 하며 깊은 잠을 놓치지 않는다. 가끔 수염과 앞발을 움찔거리기도 하는데, 동그랗고 말랑한 머리를 몇 번 쓰다듬으면 다시 고요한 잠에 빠져들었다. 잠든 고양이를 보고 있으면 고민, 걱정, 잡생각이 모두 사라진다. 부드러운 털에 코를 박고 숨을 쉬면 흙냄새와 섬유 유연제 냄새가 함께 난다. 달래의 뒤에 누워 머리와 어깨, 엉덩이를 차례로 쓰다듬으면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차올랐다. 더 좋은 환경을 주지 못하는 게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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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 고양이는 나의 가장 큰 행복


아가들은 오늘도 꿀잠을 잔다. 누가 업어가도 모를 만큼 아주 깊고, 아주 달게. 잠든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오늘도 기도한다.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건강만 하라고. 그래서 언젠간 나와 같은 방에서 살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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