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줄 때 더 행복한 것

1일 1행복 실천기

by 목연





매일 일상 속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통 무감각한 날이 있다. 오늘이 어제 같고, 무슨 요일인지도 모르겠는 날이. 그런 날엔 멍하니 천장을 봤다. 푹 꺼진 베개 위에 인형을 놓고 왼다리를 오른다리에 올린 채, 좌우로 흔들며. 도배한지 오래 되어 노랗게 바랜 벽지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빠는 왜 그냥 벽지가 아니라 실크 벽지를 선택했을까 궁금했다. IMF 이후 처음으로 산 집이어서 그랬을까, 기분이 좋아서 그랬을까. 도배하시는 분이 실크 벽지를 권유해서일까, 아빠가 원해서였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도배하길 원하는 엄마가 떠올랐다. 외할머니를 따라 어려서부터 집 안의 가구 배치를 이리저리 바꿨던 엄마는 노랗게 바랜 벽지를 보며 말했다. “그냥 벽지 같으면 시트지라도 사서 바르면 되는데, 실크라서 당최 붙질 않는다.” 엄마는 오래 되어 색이 노랗게 변해버린 벽지를 바꾸고 싶어 했다. 아빠가 쉬는 날, 엄마는 아빠에게 도배를 새로 하면 어떻겠냐고 물었지만 아빠는 답이 없었다. 비슷한 상황이 여러 번 반복된 후, 엄마는 더 이상 아빠에게 도배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천장을 바라보며 다리를 흔들면, 다리로 부드러운 털이 스쳤다. 털이 다리에 닿는 느낌이 좋아 다리를 비비적거리면 발 아래서 우렁찬 소리가 들렸다. 골골골골. 사람의 손길을 좋아하는 고양이는 내 신체 중 어느 한 곳만 닿아도 우렁차게 골골, 소리를 냈다. 바르게 누운 몸을 옆으로 돌리고 허리를 아래로 굽히면 노란 정수리가 보였다. 세모 모양으로 쫑긋한 귀와 두세 가닥 난 수염, 손으로 정수리를 만지고 볼을 만지고 턱 아래를 만지면 동그랗고 작은 얼굴이 고개를 들었다. “톨.” 하고 제 이름을 부르면 톨이는 더욱 크게 골골 소리를 냈다. 잠에서 깬 고양이는 꼭 사람 같았다. 사람 중에서도 어린아이 같았고, 그 중에서도 갓 잠에서 깬 아기 같았다. 톨이는 눈을 반쯤 뜨고 나를 쳐다보는데, 그럼 꼭 자다 깬 아기가 엄마를 보는 눈 같았다. 톨이는 큰 눈을 느리게 깜빡이다 다리를 쭈욱 폈다. 다리를 쭈욱 펼 때마다 발가락이 쫙 펼쳐지며 가볍게 떨렸다. 나는 “발가락도 귀여워.” 하며 톨이의 정수리에 뽀뽀를 한다. 톨이는 몸을 일으켜 세수를 하고 옆구리를 닦은 후, 배와 꼬리까지 닦는다. 그런 뒤 한숨을 쉬고 내 곁으로 온다. 톨이의 체온은 나보다 조금 높은데, 따뜻한 몸이 배와 가슴에 닿으면 그것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한없이 부드럽고 따뜻하고 가녀린 생명체. 이러한 생명체를 괴롭히는 인간들은 뭘까, 하는 생각으로도 이어졌다. 톨이는 내 품에 몸을 기댄 채 골골대다 다시 잠들었다. 그럼 나는 톨이의 턱 아래 난 까만 피지를 손으로 긁다, 콧구멍에 말라붙은 코딱지를 뗐다. 코딱지를 떼는 내 손이 불편할 텐데도 톨이는 조금 움찔할 뿐, 크게 개의치 않았다. 나는 적신 솜으로 톨이의 눈 주변을 닦고 코를 닦고, 턱 아래를 닦았다. 그럼 톨이는 골골 소리를 냈다. 톨이 얼굴을 깨끗이 닦은 후, 톨이 어깨에 코를 대면 잠이 왔다. 나는 톨이와 십 분 정도 자다 잠에서 깨길, 여러 번 반복한다. 잠에서 깨면 톨이가 늘 곁에 있었다. 때론 몸을 뒤척였는지 내게 등을 보일 때도 있고, 나와 얼굴을 마주할 때도 있었다. 나는 잠든 톨이의 얼굴을 쓰다듬다 다시 잠들었고 잠에서 깨면 또 톨이가 있었다.



35..jpg 잠자는 톨, 사랑해


고양이를 보고 있으면 주는 것으로부터 행복을 얻고 느낀다. 사랑을 받는 것만큼이나 사랑을 주는 것 역시 행복한 일임을, 달래와 톨이, 우리 가족을 스쳐 지나간 많은 고양이로부터 또 한 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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