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행복 실천기
봄의 끝자락이자 초여름의 시작인 오늘은 언니의 스물여섯 번째 생일이다. 내게 있어 언니는 가족이자 친구이고, 내 또래 여성 중 가장 친한 사람이다. 강아지보다 고양이를 좋아하고, 불안을 잊기 위해 강박적인 행동을 하면서도 그 강박에 다시금 불편을 느끼고, 가족이 아프면 “많이 아파?” 라는 질문 대신 “빨리 병원 가.” 라고 말하지만 누구보다 가족을 걱정하는. 좋아하는 게 앞에 있으면 어쩔 줄 몰라 무뚝뚝해지고, 방황했던 시간이 아까워 주말에도 이곳저곳 다니는 사람. 다소 눈물 많은 어린 시절을 거쳐 어른이 된 언니는 오랜 시간 방황하다, 꿈을 향한 시작점에 서 있다.
어렸을 적, 나와 언니는 닮았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어른들은 나와 언니를 보며 “너희 정말 똑 닮았다.” 했다. 통통한 체구에 각진 뿔테 안경, 이름을 부르면 붉어지는 두 뺨과 같은 디자인의 티셔츠. 엄마는 우리가 싸우는 걸 방지하기 위해 무엇이든 똑같이 사주었고 옷도 그랬다. 여러모로 똑 닮았던 언니와 나는 성격에선 상극이었다. 싸우면 먼저 다가오는 언니와 달리 나는 입을 꾹 다물었고,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언니가 먼저 사과할 때 나는 그 손을 뿌리쳤다. 언니는 내게 “말을 왜 그렇게 못 되게 해?” 하며 울었고, 그럼 나는 더욱 모질게 말했다. 울지 않는다고 해서 이기는 게 아닌데, 어렸던 나는 언니가 울면 내가 이긴 것만 같았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 때까지, 언니와 눈만 마주치면 싸웠다. 다툰 뒤 먼저 다가오던 언니는 어느 날부터 다가오지 않았고, 나는 방문 너머로 언니의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 지금쯤이면 언니가 와야 하는데, 생각하며 언니가 방문을 열길 기다렸지만 언니는 냉장고 문을 열 뿐 내 방 문을 열지 않았다. 그와 비슷한 상황이 여러 번 반복되던 어느 날, 언니가 다가오길 기다리던 나는 언니의 방 문을 먼저 열었다. 언니는 나를 보고도 못 본 척 했고, 자신을 불러도 못 들은 척 했다. “왜 내 말 무시해?” 나는 날 선 목소리로 언니에게 소리쳤지만 언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럼 나는 다시 내 방으로 들어가 문을 쾅 닫고서 씩씩거렸다. 매일이 까칠하던 사춘기를 지나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우리는 서로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때쯤에도 아빠의 폭언과 폭력은 계속 되었기에 언니와 나는 아빠에게 받은 상처를 서로에게 털어놓았다. “너는 이해 못 하겠지만, 나는 이 행동을 안 하면 죽어버릴 것 같아.” 언니는 처음으로 자신의 강박 증세를 털어놓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부터 시작된 불안은 반복적인 행동으로 이어졌고, 그걸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언니의 말을 들으며 그 마음을 이해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내가 자꾸 폭력적인 생각을 하는 거랑 비슷한 건가? 나는 안 좋은 생각이 숨 쉴 때마다 떠올라.” 같은 가정에서 자랐음에도 나와 언니는 다르게 불안을 느꼈다. 나는 누군가를 죽이거나 내가 죽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셀 수 없을 만큼 자주 했고, 언니는 특정한 행동과 생각을 계속 한다고 했다. 서로를 알아가기에 서로의 불안을 공유하고 들여다보는 것만큼 좋은 건 없었다. 나와 언니는 아빠에 대한 복잡한 마음과 학교생활에 대한 어려움, 진로에 대한 고민 등을 나누며 조금씩 가까워졌다.
마음을 털어놓는 데 익숙해지고 방황의 시간을 보내며, 언니는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나 하고 싶던 거 다시 할까봐. 마흔 넘어서도 대학 가는 세상에 서른에 대학 다시 가는 게 창피한 건 아니잖아?” 수험생 시절, 원하는 과에 가지 못했던 언니는 재수를 원한다고 했다가 아빠에게 온갖 욕을 다 들었다. 아빠는 술에 잔뜩 취한 채 언니의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말을 퍼부었고, 지금만큼 단단하지 못했던 언니는 그 말을 그대로 흡수한 채 울기만 했다. 우는 언니 옆에 서서 어깨를 두드리기도 하고 눈물을 닦아주기도 했지만, 언니의 상처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스물이 된 언니는 대학에 가서도 방황했고 쉽게 마음을 잡지 못했다. 엄마는 그런 언니를 보며 모른 척해주었지만 내게 가끔 묻곤 했다. 언니 요즘 어떠냐고. 언니는 아빠 몰래 휴학한 뒤, 심리 상담을 받기도 했지만 오랜 시간 쌓인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시간은 흘렀다. 언니는 졸업을 앞두고 가고자 했던 과에 가기 위한 준비를 했다. 언니가 그러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어떤 시간을 보냈고, 어떤 길을 걸었고, 어떤 마음을 먹었는지 알기에 나는 어떤 말도 붙이지 않았다. 그저 언니를 향해 “완전 멋있는데?” 할 뿐이었다.
언니는 요즘 꿈을 향해 걷는 중이다. 나와 엄마는 언니의 꿈을 지지해주고, 아빠는 자신이 준 상처를 잊은 채 언니의 꿈을 응원한다(말 그대로다. 아빠는 그러한 사실을 잊은 채로 언니의 꿈을 응원하는 중이다). 자신이 잘못한 상황이 아님에도 먼저 손 내밀고 말 걸어준 언니에게, 많이 힘들었을 텐데도 그 힘듦을 내게 말해준 언니에게, 강박과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매일 노력하는 언니에게,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가 제 속도로 걷는 언니에게 아주 많이 응원하고 사랑하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