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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승희 Jun 23. 2017

방울토마토 명상

방울토마토 꼭지에 5섯개 길이 나있었다. 

나침반처럼 동서남북 확고히 내달리듯 뻗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중간이 갈라져서 집게발 같았다.

꼭지는 뭉툭하게, 집게는 뾰족하게, 방울은 뭉클하게 존재했다.


붉은 거죽을 관통한 소리가 그 안에서 부글부글 끓다가 귓구멍으로 튀어나왔고

주홍빛 속살이 떠오르는 상큼한 냄새가 콧구명 양 쪽을 파고들었다.


시선과 소리와 냄새로 관찰한 후 이제 미각을 깨울 차례인데 

어찌된 일인지,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네게 '미안하다' 속삭였다. 


분리는 한 순간이었다. 

왼 손 위에 방울이, 오른 손 위에는 꼭지가 나란히 누웠다. 전쟁터 같았다. 인기척이라곤 없는 군데군데 무너지고 부서진 낮은 콘크리트 건물들이 줄지어선 작은 마을. 생명이 무너진 세계. 


이제 혀 안 움푹 파인 곳에서 방울의 껍질과 과육과 침샘이 혼합되는 과정을 관찰할 시간.

꼭지는 버려지겠지.


"자, 방울토마토를 혀 위에 올려놓고 굴려보세요. 이빨로 씹으면서 어떤 조각이 어디로 가는지 느껴보세요. 목 아래로 어디까지 내려가는지 느껴보세요."

우리는언제인지모를때부터함께했어요함께자랐고함께고향을떠났고함께누군가의손위에올라왔죠그리고제우주가사라졌어요전이제혼자에요영원히...


명상 선생님의 지시와 꼭지의 소리가 한데 묶였다. 

이윽고 잦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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