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없는 그림책 12
원작_탈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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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아무개 선달이 살고 있었어요.
그에게는 세 명의 친구가 있었답니다.
첫 번째 친구는 선달이 가장 사랑하는 친구였어요.
항상 함께 놀고, 가장 소중하게 여겼지요.
두 번째 친구도 좋아했지만, 첫 번째 친구보다는 덜 아꼈어요.
세 번째 친구는 그저 조금 아는 사이였어요.
그리 친하지도 않았고, 때로는 조금 귀찮게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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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느 날, 큰 사건이 터졌어요!
마을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어요.
"아무개 선달이 못된 짓을 저질렀대!"
깜짝 놀란 선달은 억울했어요.
"나는 잘못한 게 없어!"
하지만 무서운 마을 사또가 선달을 관청으로 부르자,
그는 두려움에 온몸이 떨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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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달은 가장 아끼는 첫 번째 친구를 찾아갔어요.
"나랑 같이 관청에 가 줄래? 네가 좀 도와줘!"
하지만 첫 번째 친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어요.
"미안하지만, 난 절대 못 가! 안 돼!"
딱 한마디로 거절하고는 뒤돌아가 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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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란 선달은 두 번째 친구에게 달려갔어요.
"친구야, 부탁이야. 제발 같이 가줄래?"
두 번째 친구는 무척 곤란해하면서 말했어요.
"내가 관청 문 앞까진 같이 가 줄게.
하지만 안으로는 절대 못 들어가.
거기는 들어갈 수 없어!"
선달은 서운한 마음에 큰 소리로 울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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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세 번째 친구를 찾아갔어요.
별로 기대도 하지 않고 작은 목소리로 부탁했어요.
"나랑 같이... 관청에 가 줄 수 있어? 내가 좀..."
그런데 놀랍게도, 세 번째 친구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어요!
"물론이야! 같이 가! 내가 사또 앞에서도 힘껏 널 변호해 줄게!"
선달은 깜짝 놀랐어요.
너무나 반갑고 고마워서 눈시울이 뜨거워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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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선달은 세 번째 친구와 함께 용기를 내어 관청으로 갔어요.
그리고 다행히 사또 앞에서 억울함도 풀 수 있었답니다.
그날 이후, 선달은 깨달았어요.
"나에게 정말 소중한 친구는 따로 있었어!
내가 너무 몰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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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친구의 이름은 재산이었어요.
재산은 살아 있을 때는 정말 소중하지만,
죽을 때는 한 푼도 가져갈 수 없는 친구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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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친구의 이름은 친척이었어요.
친척은 무덤까지는 함께 가 주지만,
그 이상은 함께할 수 없는 친구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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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친구의 이름은 선행이었어요.
평소에는 귀찮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죽음 이후에도 끝까지 함께하는
진짜 소중한 친구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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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작은 선행이 많을수록
끝까지 함께 갈 친구가 많아지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