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없는 그림책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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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디넓은 바다 한가운데,
돌섬 하나가 덩그러니 떠 있었어요.
이 섬은 너무 작고 온통 딱딱한 바위뿐이라,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도 자랄 수 없었어요.
게다가 육지와도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새들조차 찾아오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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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섬 주변은 날카로운 암초들이 가득해서
어떤 배도 가까이 오지 않았어요.
돌섬은 늘 혼자였죠.
너무 외롭고 쓸쓸했어요.
"바다 위에 버려진, 쓸모없는 땅조각..."
돌섬은 스스로를 그렇게 여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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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여기 버려졌을까?"
돌섬의 하루는 아무 의미 없이 흘러갔고,
밤하늘의 별들도, 바다의 달빛도
그를 위로해주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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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저녁이었어요.
갑자기 바람이 사납게 불기 시작하더니,
하늘은 금세 시커멓게 변했어요.
천둥이 요란하게 울리고,
거센 비바람과 함께 무시무시한 파도가 몰아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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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
돌섬은 바다 위에서 허우적대는 한 사람을 보았어요!
작은 배를 타고 고기를 잡으러 나왔다가
폭풍을 만난 것이었어요.
그 사람은 파도에 휘말려 점점 힘이 빠지고 있었고,
도와달라는 듯 허공에 손을 마구 휘저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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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섬은 깜짝 놀랐어요.
'어떡하지? 저 사람이 위험해!'
하지만 돌섬은 섬일 뿐, 움직일 수도 손을 뻗을 수도 없었어요.
그 순간, 엄청난 파도 하나가 그 사람을 삼켜버렸어요.
그리고... 바다 위는 다시 조용해졌어요.
돌섬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죠.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돌섬의 마음은 깊고 차가운 슬픔으로 가득 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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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바로 그때!
그 사람의 머리가 돌섬 앞에 불쑥 떠올랐어요.
"헉... 살려줘!"
몸부림치던 그는 본능적으로
돌섬의 단단한 바위를 꼭 붙잡았어요.
돌섬은 깜짝 놀랐지만,
자신에게 매달린 그 사람을 단단히 받쳐 주었죠.
'꼭 잡아. 제발...'
돌섬은 온 힘을 다해 흔들림 없이
그 사람을 지탱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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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도록 바람은 불고
파도는 거세게 몰아쳤지만,
돌섬은 꿈쩍도 하지 않았어요.
그 사람은 돌섬 위에서 조용히 숨을 고르며
살아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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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아침이 밝았어요.
햇살이 반짝이며 바다를 감쌌고,
멀리서 구조선 한 척이 다가오고 있었어요.
"저기요! 여기요! 여기!"
그 사람은 돌섬을 붙잡고 힘껏 손을 흔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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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선이 가까이 다가오자,
그는 마지막으로 돌섬을 꼭 안았어요.
"고맙다. 네가 여기 있어서..."
돌섬은 말할 수 없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처음으로 따뜻함이 퍼져나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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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선을 타고 멀어지면서도
그 사람은 몇 번이고 손을 흔들며
돌섬에게 작별 인사를 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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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돌섬은 다시 혼자가 되었어요.
가끔은 전처럼 외롭기도 했지만,
또 가끔은 전보다 덜 외롭기도 했어요.
'버려진 섬은 없어.
거기에 누군가 있어야 하니까.'
돌섬은 그렇게
자신의 자리를 받아들였어요.
그러니까 드넓은 바다도
밤하늘의 별들도 더 아름답게 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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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머문 이곳이
내가 꼭 있어야 할 곳인가,
오늘도 묻는다.
바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