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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을품은태양 Jul 04. 2021

ep-08 3살의 추억 분리불안

엄마와 아이의 이별 - 어린이집으로 간 딸아이

딸아이의 길고 길었던 2년의 시간이 지나갔다. 이제 3살이 된 딸은 24시간을 늘 같이 있었던 엄마와 생이별을 하게 되었다. 이 시기에는 대한민국의 아빠가 육아 휴가를 당연하게 쓸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히 금융업계에 근무하고 있던 아내는 2년 육아 휴직을 받았기에 우리 집 딸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2살 때까지 사랑하는 엄마와 24시간을 같이 있게 되었었다.


아직도 아내는 어린이집에 처음 등원하는 딸아이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를 보내고 눈물을 머금고 차에 돌아와서 펑펑 울었다고 한다. 휴직이 끝나기 전 약 2주일 전에 딸아이를 적응시키기 위해서 어린이집에 처음 보내 놓고 첫날에는 1~2시간 순차적으로 시간을 늘려가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었다.


집 근처 수목원 길가 구멍이 있는 난간에 귀여운 얼굴을 보이며 미소를 지은 딸아이와 관련 사진

이 시기에 딸아이의 사진을 보면 딸아이를 보내 놓고 걱정하며 시간을 보낸 아내의 고충과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알면서 억지로 어린이집에 가서 시간을 보낸 딸아이의 상황이 이입이 되어서 사진이 조금 촉촉하게 느껴진다.


왠지 쓸쓸해 보이는 딸아이의 옆모습. 감정이입이 된다. 실상은 엄마와 함께 솜사탕 사러 간 아빠를 기다리는 중.

세월이 많이 흘러서 나와 아내가 다시 생각해보면 이 시기에 딸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것을 후회한다. 살기 바빠서, 돈 벌기가 바쁜 그냥 평범한 엄마, 아빠였기에 그냥 흘러가는 데로 당연한 듯이 어린이집에 보냈었기 때문이다. 아이의 분리불안의 증상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겠지 생각했건만. 시간이 지나서 딸아이는 작은 트라우마가 생겨서 엄마와의 애착관계에 대한 갈증이 더해지게 되었다.


분리불안은 생후 6~7개월이 되면 아이가 엄마를 알아보고 엄마에게서 심리적인 안정을 찾으려고 하는 증상인데, 생후 7~8개월경에 시작해서 14~15개월에 가장 강해지고 3세까지 지속이 된다고 한다. 상태가 심각한 아이는 6세까지 지속이 된다. 이상하게도 한국에서는 이 분리불안에 대한 검색을 하면 '우리 아이 나쁜 버릇 바로잡기'라는 내용의 글이 떠오른다.


서양식 육아와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일상생활에 융화가 되어버린 현대의 부모와 아이들의 가정환경은 분리불안이 왜 생기는지를 알고 있으면서도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하는 아이들에 대해서 '나쁜 습관'이라고 단정 지어 버린다. 아이들에게 가혹한 슬픈 현실이다.


아이들이 대소변을 가리는 것
아이가 엄마와 떨어지는 것
엄마와 아이 모두 시간이 지나고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물 흘러가듯이 되는 것인데
지금 현대 사회는 억지로 하려고 한다.
그것이 당연한 정답인 것처럼.


간혹 대화가 안 통하는 꼰대 같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3가지 단어 (기본, 상식, 원래)를 자주 말하는 사람이 아이의 곁에 있거나 선생님이 있다면 과감히 그 사람과의 인연을 끊어 버리길 바란다. 이런 사람들은 절대적으로 자기 위주의 일상생활과 잘못된 습관, 정보들을 당연한 듯 정답으로 알며 본인은 안 바뀌고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사회관계, 가정, 일상을 냄새나는 쓰레기통처럼 만들어 버린다.


이처럼 우리 현대 사회도 '정답'이라는 일본식 과거 교육방식의 시험 결과가 천하무적이라는 몹쓸 병에 걸려있다. 이 몹쓸 병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숨어 곪아있던 증세가 이제 썩은 냄새를 풍기며 피부 밖으로 나오고 있다. 이런 것들과 같이 있기 힘들면 꼭 피하라. 피하는 게 상책이다.


딸아이의 불리불안에 대해서 회상을 하다가 사회 비판도 하게 되었다. 괜찮다. 난 비판할 자격이 있는 딸바보 아빠이다.


사진 촬영 때마다 김치 포즈가 일관적이었던 3살 딸아이

우울하고 씁쓸한 이야기를 그래도 훈훈하게 웃으면서 마무리를 해야 하기에 이 시기에 촬영된 면봉 사건에 대한 사진을 올려본다. 면봉을 가지고 그림으로 표현해서 아이와 같이 놀았던 아빠의 추억 사진이다. 그리고 이상하게 '김치' 하는 포즈가 일관적인 모습을 보인 딸아이 사진도 인상적이다.


아이들의 분리불안은 육아 과정에 일어나는 좋은 현상이다. 나쁜 것이 절대 아니다. 나쁜 것은 억지로 엄마와 아이를 분리시키려는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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