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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Dec 18. 2020

철밥통의 굿모닝 편지- 낙지가 담을 넘다

문제는 요놈이다

굿모닝~♡

모처럼 수산물 도매시장에
나왔더니
겨울철 먹거리가 풍성하다
굵직굵직한 굴이 푸른색 망에
담겨 옆 방 친구와 소곤소곤 속닥거리고
싱싱한 소라와 바지락, 조개, 고막 등 해삼물이 차가운 수조 물에 손발이 시리다고 아우성이다

수족관에 가득 채워진 러시아산
킹크랩이 커다란 등치를 우쭐우쭐 뽐내 듯
기다란 다리로 성큼성큼 유리판을 긁어대는데 외계인을 닮은 앞면 작은 입에서 하얀 기포를 뽀글뽀글 품어내며 좁은 곳에 가둬뒀다고 심술을 부린다

왼쪽으로 눈이 쏠린 넓적한
광어는 먼저 팔려가기 싫다고 있는 듯 없는 듯
바닥에 납작 엎드려 꼬리를 사리고
겨울철 먹방 커다란 방어는 죄 없이 도마 위로 끌려 나와 돈어치 붉은 몸을 조각내어 손님에게 이산가족으로 팔려간다

문제는 요놈이다
물속에 잠긴 청색 플라스틱 바구니에 통 머리를 처박고 죽은 듯이 엎드려 있던 낙지가
눈치 슬슬 보며 물밑 작전을 펼치다가
아무도 모르게 옆 바구니로 잽싸게 담을 넘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긴다

날씨는 춥지만 활기 넘치는 수산시장,
낙지는 주저 않은 소도 일으켜 세운다는데
한 마리씩 드시고 힘내서
오늘도 파이팅하시라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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