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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몽 Sep 12. 2023

갱년기 일기

열기

손을 들어 올린다.

다리를 앞으로 빠르게 교차한다.

천천히 몸을 움직인다. 

몸의 움직임이 점차적으로 강렬해진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땀구멍이 열린다.

땀들이 흘러내린다.

허벅지 장딴지까지 온몸에 땀이 비처럼 흘러내린다.


 격렬한 운동으로 열기와 땀을 밖으로 배출한다.








 어딘가에 집중할 때 

운동할 때와 비슷한 일들이 내 몸에 일어난다. 

비슷해 보이면서도 다르다.


술을 마시지도 않았는데 술을 한 잔 마시고 얼굴이 붉어지는 듯 양쪽 볼에 열기가 오른다.

복숭아처럼 열기가 천천히 볼을 물들인다. 볼이 점점 붉게 달아오른다. 

처음 화장을 할 때 과한 볼터치를 넣은 것처럼...


대화할 때, 드라마를 볼 때, 걸을 때, 책을 읽을 때에도

집중했다고 생각하면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땀구멍이 열리고 땀이 흐른다.

특히 열굴에서 목 상체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달아오르는 횟수도 잦고, 달아올라가는 시간도 짧아진다.

어딘가에 집중을 하거나 

강렬하게 나를 끄는 것에 정신을 잃어버리거나

몰입하는 순간

어김없이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하고 있다. 

한 잔 거하게 한 사람처럼 말이다.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보며 술 마셨냐? 운동했냐? 왜 그러냐?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뭐라 답을 해야 할지....


몸에 나타나 순식간에 올라오는 열기를  

마음과 연결되어 있는 몸의 반응을 

딱 들어맞는 말로 설명하고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


그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나이가 들어서 그렇지. 뭐"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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