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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몽 Sep 19. 2023

갱년기일기

불안

내 무의식은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을때가 있다.

청소도 하기 싫고, 책도 읽기 싫고, 먹는것도 귀찮고, 사람들을 만나는 게 힘든 그런 상태

그럴때면 대체로 게임을 하거나 유트브를 본다. 멍하게 별 의미없이 시간을 흘려 보낸다. 

하루가 지나가버리고 나면 시간을 낭비했다는 자괴감이 생긴다.

한번씩 이런 상태일 때 짜증이 난다.






불안한 마음에 휩싸일때 나는 아무것도 하기 싫어한다는 걸 발견했다.

불안이 커지며 스스로 제어하기 힘들때면 순식간에 무기력으로 빠져 도망친다는 걸 알게 된것이다.

불안함을 해소하거나 잊기 위해 자기 보호의 차원으로 무기력한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방어기제.


사람에 따라 불안이 왔을때 다루는 방법들이 다르다. 

어떤 이들은 자신이 불안하다는 걸 알고 그냥 흘러 보내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불안함의 원인도 각자 다르다. 뭔가를 잘하고 싶을때, 자신이 어떤 일에 자신이 없을 때, 과거에 받았던 상처와 비슷한 상황이 제현될때, 밝히고 싶지 않은 일들이 드러날때 등등. 






 명절을 앞 둔 요즘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시댁 어른들이 돌아가시고 각자 명절을 따로 지내게 된 최근 몇년의 상황을 보면 딱히 명절 증후군을 느낄 필요도 이유도 없다. 의식적으로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오래된 습관처럼 이 시기가 되면 명절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무의식적으로 불안함을 느끼는 거였다.


식구들이 모이는 즐거운 명절이 누군가에게는 버겁고, 어떤 이들에게는 불안한 것이다.

지나온 시간들을 말로 글로 다 표현할 순 없지만, 명절 전 찾아오는 불안함을 바라보며 그간 내 마음이 어떠했는지를 본다.


시끌벅적한 자신과는 섞이지 않은 낯선 세계.

그안에서 며느리는 고독한 섬이다.

부지런히 다른 식구들을 위해 음식을 하고 치우고 바쁘게 움직인다.

몸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마음은 쪼그라든다. 말한마디 행동하나 하나가 조심스럽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진다. 인간은 적을 하니까.

그렇다고 긴장과 불안이 없어지진 않는다.

시댁은 그런 곳이니까.



잊고 있던 지난 시간에 대한 불안함은

당시에 내가 겪었던 일들과 가졌던 마음과 통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불안함을 외면하고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불안했던, 아군 하나 없는 낯선 곳에서 긴장하며 얼어있었던 나를 바라보며

나를 다독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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