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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선 Nov 15. 2020

어느 아침, 길에서 만난 가을비

인생의 가을 길목에 서서


아침 일찍 수영 강습을 받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고개를 들어 보니

후드득 낙엽이 비처럼 떨어져 내린다.

아... 가을이구나

새삼 계절도 잊고 사는구나 싶었다.


나는 비를 좋아한다.

비 내리는 거리를 걷는 것도 좋고

호수 위로 빗방울이 툭 툭 떨어져 내리는 모습도,

비 오는 창가에서 밖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물론 비 오는 날 술 한 잔 하는 것은 더 좋다.


다만 비가 올 때 싫은 것은

젖어 찝찝함을 주는 비 오는 날 운동화다.

쉼 없이 떨어지는 낙엽비를 보며

운동화가 젖지는 않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이 뻗어 나가는 생각의 가지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인생에서 내 나이는 가을쯤이겠지.

어릴 때 생각하기에 50대는

노년으로 접어드는 아주 나이 많은 어른인 것 같았다.

이제와 50대가 되니 정말 뻔한 말로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50은 지천명이라는데 천명은커녕 한 치 앞도 모르겠다.

철이 안 든다는 말이다.


떨어지는 낙엽이 쓸쓸하게 느껴지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비처럼 느껴지는 걸 보니

아직 늙어가는 건 아닌가 싶어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별별 생각이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도로에서 느끼는 가을의 풍취도 나쁘지 않다며

낙엽 하나에 감사함을 느끼고

발걸음을 옮길 때

누군가 허리를 숙이고 낙엽을 쓰는 모습이 보인다.

쓸고 지나가도 그 뒤로 하염없이 또다시 떨어지는 

남의 속도 모르는 낙엽이

그 누군가는 야속하겠구나.


세상 참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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