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 내일은 지성

by 청사


지성(知性)은 ‘사물을 알아 사고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지성은 똑바로 가거나 거꾸로 가거나, 좌로 가거나 우로 가거나 지성이어야 한다. 그러나 거기에는 절대불변의 책임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탈을 쓴 가짜 지성이다. 이 시대는 지성 간의 싸움이다. 지성의 전당은 인류의 최대 발명품 중의 하나인 대학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은 1088년에 설립되고 신성 로마 제국의 프리드리히 1세가 1158년 공인한 이탈리아의 볼로냐 대학(Università di Bologna)으로 알려진다. 이 대학의 표어는 라틴어 ‘Petrus ubique pater legum Bononia mater’로 ‘성 베드로는 법의 아버지이고, 볼로냐는 그것의 어머니이다’라는 의미이다.

서양에서의 대학은 법의 필요성을 생각하고 어떻게 실천한 것인가를 고심하는 곳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초의 대학이 강조하는 법은 인간적인 양심과 도덕이고 그것을 제도화하고 구현하여 질서화하는 데 궁극적인 가치가 있다. 중국 사서에서 <대학>은 큰 배움의 길을 강조하였다.

참새가 방앗간을 비켜 갈 수 없듯이 홍콩에 왔으니 홍콩대학을 둘러보기 위해 호텔을 나섰다. 홍콩 총독이었던 프레드릭 루가드(Frederick Lugard)가 제안하여 1911년 3월 30일에 개교했다. 대학의 약칭은 항대(港大)이며 영어 약칭으로는 HKU(The University of Hong Kong)라고 불린다.

홍콩대학 문장은 영국 국장에 있는 사자 형상을 하고, 그 아래에는 책과 책 위에는 대학의 목표가 중국어와 라틴어로 되어 있다. 문장은 다크 그린, 에메랄드, 헌터 그린, 골드 등 매우 화려하게 구성되어 마치 귀족 가문의 문장을 연상하게 했다.

대학 목표 중 하나는 중국 사서 <대학> 경문 중 첫 구절인 큰 배움의 길을 의미하는 대학지도(大學之道)에 나오는 글귀 ‘明德’(명덕)과 ‘格物’(격물)이다. 다른 하나는 라틴어 ‘SAPIENTIA ET VIRTUS’(Wisdom and Virtue)로 ‘지혜와 덕’이다.

명덕은 ‘在明明德’, 격물은 ‘格物致知’(격물)에서 유래한 것이다. 명덕은 덕을 밝힌다는 의미이고, 격물은 사물에 대해서 꼬치꼬치 따져 물어가면서 궁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홍콩대학은 덕을 밝혀 펼치고 세상의 이치를 궁리해서 깨닫고, 지혜와 덕을 쌓는 목표를 가진 지성의 전당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캠퍼스는 높은 지성을 생산하고 있다는 듯이 웅장하고 운치 있게 지어져 있었다. 지인이 없어 오고 가는 대학인들을 관찰하고 싶었지만 방학이어서 그런지 만날 수가 없었다. 마천루와 같이 솟아나는 지성과 함께 꽃나무, 침착한 거목, 푸른 잔디, 끼 넘치는 붉은 벽돌 등이 화려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여행하면서 남는 것은 눈과 머리로 그려 아련하게 하는 기억이 있지만 역시 사진이나 기념품만 한 것이 없다. 대학이 운영하는 상품점에 들어서 이리저리 둘러보면서도 망설이지 않고 ‘香港大學, 明德 · 格物, SAPIENTIA ET VIRTUS, The University of Hong Kong’ 등이 새겨져 있는 머그컵, 책갈피, 클립, 볼펜 등을 구입했다. 단돈 수십 달러로 홍콩대학을 품에 안았다.

캠퍼스 여정을 마치고 여행의 최후 만찬을 위해서 홍콩에서 유명한 딤섬 점을 찾아 나섰다. 딤섬(點心)은 광둥어 딤삼(點心, 월병), 한자음으로 점심, 영어식 표기로 Dim Sum 등으로 표기된다. 표준 중국어 발음은 뎬신(点心)이다.

딤섬(点心)은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의미로, 배고픔의 요기를 마음에 점을 찍듯이 넘긴다는 뜻과 한 끼 식사 중 다음 요리를 기다리는 동안에 먹는 간단한 음식이란 뜻이 있다. 즉 아침을 먹고 나서 시간이 흘러 허한 마음(心)에 다시 점화(點火)시킬 정도로 간단히 먹는 식사이다.

딤섬은 일일이식(一日二食)을 했던 중국 남부 광둥성, 푸젠성, 저장성, 상하이 사람들이 제대로 된 아침 식사와 저녁 식사 중간 시간대에 간단하게 먹던 음식에서 유래한 것이다. 홍콩에서는 노점이나 작은 식당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는 국민 음식으로 정착하면서 대표적인 고유 음식처럼 굳어졌다.

예약한 <딤섬 스퀘어>(dim sum square)에 들어서자 안내를 해줬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마음에 점을 찍듯이 딤섬을 순식간에 삼키고 있었다. 중국어로 된 메뉴판을 보며 옆 테이블의 사람과 앞에 놓인 딤섬을 주문표에서 찾아 조심스럽게 체크를 했다. 그리고 딤섬과 함께 얌챠(飮茶)를 주문한 후 소소하지만 성대하도록 만찬을 시작했다.

명덕, 격물, 딤섬, 얌챠 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가운데 차분해졌다. 홍콩에 오기 전 진짜 홍콩에 가서 ‘홍콩에 가려고’ 했던 들뜬 기분은 귀국을 앞두고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나에게 지성은 마음을 꽉꽉 채워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수위를 조금씩 높여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내일이 있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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