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감동의 도가니이다. 나는 M의 항공사 합격 소식에 자연발생적으로 움직이는 반응을 했다. 앞으로 화려하고 가치를 잃지 않는 항공사의 아름다운 꽃이 되기를 바랐기에 무엇인가를 주고 싶었다. 대학생에서 사회인이 될 때 즐겁게 상상할 수 있는 첫걸음마가 미를 가꾸는 일이라는 단순 사고가 발동했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미적 세계에 접근할 것인가를 간파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본인 여성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튀지 않는(지미:地味) 스타일을 선호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처음 봤을 때 M은 반지와 목걸이를 하고 있었기에 약간 튀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느낌을 가졌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뭇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과격한 패션, 또는 신체에 대한 시술 또는 수술 등을 추구하는 미의 세계는 아닌듯했다. 어떤 기호와 품성을 가진 지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지미와 사치 사이에서 타협을 할 수 있는 것으로 화장품을 선정했다.
나의 아이들이 초등학생일 때 화장품을 사준 적이 없었다. 집사람은 가성비 좋다고 여기는 한국제품의 로션, 스킨, 립스틱을 고집하고 있었다. 어느 날 여행에서 돌아오는 기내에서 향수를 한번 사준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본인이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 바람에 선물로서의 가치를 잃었다.
화장품은 호불호의 문제가 있었지만 마음 편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전통적으로 화려함을 담은 브랜드의 화장품을 고르고 싶었다. 귀동냥으로 들었지만 본 적도 가까이해 본 적도 없는 디오르(Dior)가 떠올랐다. 디오르라는 상표는 창업자 크리스티앙 디오르(Christian Dior)에서 유래한 듯했다.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친구인 시인 장 콕토(Jean Maurice Eugène Clément Cocteau)에 의하면, 디오르라는 이름은 프랑스어로 골드(gold)를 뜻하는 'or'와 같은 음운을 가지고 있다. 화려한 황금색과 가치를 가진 골드는 크리스티앙 디오르에게 있어 아름다운 색상뿐 아니라 프랑스 스타일의 화려함과 품위를 상징하는 완벽한 컬러였던 것이다.
디오르는 스킨이나 로션과 같은 케어 제품보다는 메이크업의 대표적이며 화장품으로, 특히 색조 제품으로 유명한 듯했다. 나는 주저 없이 디오르 색조 화장품 세트와 향수를 구입했다. 단순하게 M에게 보내야 한다는 저돌적인 일념과, 승무원으로서 사회초년생이 추구하는 절제적 사치라는 관점에서의 선택이었다. 속 마음으로는 디오르보다도 더 화려하고 품위가 물씬 풍기는 사회생활이 시작되기를 바랐다.
그것과 더불어 한국의 대표적인 히트상품 ‘초코파이’와 ‘청포도 알사탕’도 샀다. 회사에서 동료들과의 호흡이 비스킷과 마시멜로와 초콜릿의 환상적인 궁합으로 만들어진 초코파이처럼 조화롭기를 바랐다. 그리고 다양한 각도에서 다가오는 크고 작은 쓴맛을 벗어나 청포도 알사탕처럼 달콤하기를 바라는 의미였다.
국제우편으로 보내기 위해서 우체국에 들렀다. M은 센다이를 떠나 도쿄 생활을 시작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도쿄 주소를 알지 못했기에 할 수 없이 항공사 앞으로 보냈다. 나는 자신이 설레는 선물을 선택하여 그녀를 응원했다.
「선물
설렘을
주는 것으로
그 생을
다하는 것」
『나. 사랑, 세상을 피우고』에서
얼마 후 그녀로부터 매우 짧은 편지가 왔다. 항공사에 도착한 상자가 의심스러워 본인의 승인하에 내용물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상자 속의 내용물을 보고 “안전요원들이 야릇한 웃음을 지었다.”는 후문과 함께 “감사합니다. 주소를 적어 보냅니다.”라는 말을 전했다.
‘선물의 의미는 주는 사람의 특권이고 선물의 감상은 받는 사람의 특권’이라는 소신을 가졌다. 이번 선물은 특권을 가진 사람의 의미와 감상이 근접하기를 바랐다. 선물은 주고받는 관계가 성립되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으로 한쪽이 누락되면 선물이 되지 못한다.
선물은 주는데 만족하는 것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않은 다양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에 잠시 “내가 주는 선물의 의미는 무엇일까?”를 곰곰이 생각했다. 선물에는 좋은 설렘이나 새로운 인간적 이어짐을 촉발할 수 있지만 그 반대로도 작용하여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선물은 주고 싶어 주는 것이 아니라 바라는 것이 있어 주는 의도된 전령이 될 수 있다. 선물은 주는 주체가 의도한 내용에 따라 기능하거나 효과를 발휘하기도 하고, 반대로 받는 사람의 해석대로 기능하거나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항상 감사하거나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아니다.
조선 시대에 순수 우리말인 '도산'이란 말은 오늘날의 선물(膳物)이라는 뜻으로 썼다. 당시 선물은 ‘션믈’이라고 읽어 뇌물을 의미했다. 선물과 비슷한 촌지(寸志)는 원래 '속으로 품고 있는 작은 뜻' 또는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이라는 뜻이었지만 종종 부정적인 의혹을 가진 단어로 쓰인다.
그처럼 과거나 현재에서 선물은 인간적인 선을 생산하기도 하고 악을 낳을 수 있기에 선악의 올가미로 작용할 수 있다. 그렇기에 좋은 뜻으로 전하는 선물도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더욱이 의도를 가진 선물은 생각지도 않은 파괴력을 가진 무기가 될 수 있기에 의외로 다루기가 매우 까다로운 존재라고 생각했다.
나는 선물이 뇌물이나 촌지나 왜곡된 의미가 스며들지 않기를 바랐다. 선물에 대한 그녀의 감상문 “감사합니다.”라는 표현에 만족을 했다. 그 후 가끔 그녀에게 보내면서 ‘선물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 확신했던 자신의 심상이 울긋불긋 춤추고 있는 것을 종종 목격했다.
M은 마지막 문장에서 “현재 초심자로 국내선 비행을 시작했지만, 언젠가 국제선 비행을 하게 되면 제일 먼저 한국으로 가고 싶다.”라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그녀의 선물에 대한 감상은 나에게 매우 소중한 가치를 가진 선물이 되어 돌아왔다는 것을 알았다. 선물은 받아야 할 사람이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살랑거리는 쇼윈도의 유혹에 빠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