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告白)은 뭉게구름이다. 푸른 하늘에 두둥실 피어오르는 매혹적인 운무(雲霧)는 ‘좋아한다’고 고백을 하지 못해 하얗게 타오르는 내 마음이다. 끊임없이 의지하고 기대도 포근하게 감싸주는 희망이고, 한마음과 한순간을 살아가게 하는 설렘이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Wilem van Gogh)는 여동생 빌헬미나에게 “나는 그림을 그린다는, 더럽고 힘든 일을 하고 있어. 나는 그런 인간이기 때문에 그 일을 하는 게 너무 좋고,... 그림을 그릴 가능성이 눈앞에 어른거리고 있어서 행복하구나.”라고 예술가로서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고흐의 마음에는 고백하고 싶은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것은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망이고 바람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마음속에 간직하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누군가에 말하지 않으면 그 행복감을 느낄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행복감을 여동생에게 알리고 싶어 고백이라는 수단을 이용했던 것이다.
말하고 싶은 것은 고백을 통해야 가치가 있고, 고백하는 것은 행복으로 가는 통과역이다. 사랑하고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은 고백을 구성하는 충분조건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것이 고백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충분조건은 아닐 수 있다. 고백에는 행복이나 불행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고백을 두고 곡예를 하는 것이다.
「M군에게
오늘 탈고를 해서 출판사에 넘겼습니다.
아무것도 파고들지 않는 빈 가슴을
Brook Benton의 <Think Twice>로 채우고 있습니다.
생각이나 질문도 하지 않았고
대답도 듣지 않으려 했습니다.
다만 다시 또다시 음미했습니다.
다음 금요일에도
좋은 소식을 찾지 못하면 만들어보겠습니다. 」
<Think Twice>에 ‘Think twice before you answer, Think twice before you say “yes”(대답하기 전에 다시 생각하세요, “예”라고 답하기 전에 다시 생각하세요.)라는 가사가 있다. 그것은 끝없이 항상 “예”라고 답하는 나와 M군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또한 ‘If you don’t feel that your love is real, Tell me, although you’ll hurt me so‘(만약 너의 사랑이 진실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면, 비록 내게 상처가 되더라도, 말해요)라는 가사도 있다. 그것 역시 상처를 주거나 입지 않고 싶은 우리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았다.
M군에게 질문을 해서 대답을 듣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말할 용기가 없고, 이 이상 바라는 것은 욕심이며, 현재 있는 그대로를 망치고 싶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현재의 나이고 앞으로의 내가 될 거라는 생각에 우둔해 보이기도 했다.
「선생님께
탈고를 축하드립니다.
참으로 좋은 소식입니다.
지금 저는 메시지를 전하고
부모님과 함께 호놀룰루로 여행을 떠납니다.
거기에서 천천히 <Think Twice>를 들어보렵니다.
매주 붙박이 금요일에
소식을 들을 수 있어 행복합니다. 」
승무원이 되어 꿈을 실현하고 있다. 자신답고 아름답게 살고 있다. 거리낌이 없이 자유롭고 신비로운 파랑새처럼 훨훨 날아다니며 삶을 만끽하고 있다. 그녀의 부모님과 만난 적은 없다. 다만 일본 동북(東北)지방의 조용한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이다. 아직, 아니 오랫동안 내가 낄 수 있는 여지는 없는 듯했다.
<Think Twice>의 가사를 빌어 그녀에게 질문하고 답을 듣고 싶었다. 그것이 그녀에게 뭉게구름이 될까? 아니면 먹구름이 될까? 그런 질문을 하고 싶은 마음에는 이미 나의 고백이 종결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나를 떠나 그녀를 향해 어디쯤인가에 가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M군에게 전해진 <Think Twice>의 의미가 어떻게 해석되든지 걱정이 되지 않았다. 질문에 대해서 다가올 좋은 답이든 안 좋은 답이든 나의 고백에는 변함이 없다는 확신이 있다. 나의 고백은 말을 해도 상처가 나지 않는 하얀 뭉게구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