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스 잠 족치는 설익은 자각
이불과의 혈투를 남긴 채
눈을 비틀고 쭉 뻗어
시곗바늘에 멈춰야 아침이다.
일과의 파노라마가
천만근 쇳덩이로 엄습해 오면
잠잠했던 가스가 부글부글
해방공간으로 달려가야 아침이다.
문틈으로 햇빛이 사정없이 찔러
눈감은 세상을 비추면
깊은 잠에 빠진 고목 위에서
깨어나는 까치의 심장을 느껴야 아침이다.
달그락 부엌의 다그침에
선택의 기쁨이 사라져
영양제, 계란, 과일, 시리얼 등
끼적끼적 입놀림이 있어야 아침이다.
옷장을 열고 어제를 생각하며
이것은 되고
저것은 안된다고 망설이다
엉뚱한 코디에 꽂혀야 아침이다.
발소리 들릴까
사뿐히 엘리베이터를 급하게 독차지하다
갑작스럽게 동승한 이웃과
엇박자 숨 고르기를 맞이해야 아침이다.
빽빽하게 들어선 주차장을 보며
휴식에 젖은 애마에
무죄인가 유죄인가
스크래치 판결을 내려야 아침이다.
경쾌한 시동에 가슴이 뛰고
느긋한 빨간 신호를 보면
건널까 말까 충동질하는 사이
파란 신호를 예측해 냅다 줄행낭 쳐야 아침이다.
차장 밖의 존재를 애써 외면하다
홀로 걷는 노인장의 발걸음을 보면
인생의 속살이 깡그리 들어와
숨차고 애타게 달아올라야 아침이다.
굳어버린 시큐러티를 해제하고
창문으로 기어들어온 새내기 공기를 마주하면
하루를 제압하기 위해
쓴 커피를 들이켜야 아침이다.
간절함이 크고
번거로움이 많아
출발이 버겁지만
매번 두둥실 파란 하늘을 열어야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