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찢어지는 박장대소도 아니고
깃털처럼 가벼운 미소도 아닌
분파 생긴 흙덩이의 알처럼 썩소로 낙하한다.
돌지 않는 물방아의 답답함에
급하게 내려 꽃혀 산산조각 나는 파멸로
잊고 싶은 기억이 되살아난다.
붉은 투피스 앵커의 장맛비 경고가
빨랫줄 향연으로 버겁게 다가오면
예측과 현실의 밀회로 이성을 잃는다.
물배 터진 시냇가의 널브러진 분노가
딱딱하게 굳은 길을 무지하게 짓이기며
벌거벗은 대지를 삼켜버린다.
계절의 사절로 맞이하면
눈알에 박히는 큰 물방울이
언젠가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해질 터
발정으로 날뛰던 빗줄기는
감성에 취한 초췌한 포효가 부끄러워
스멀스멀 힘을 잃는다.
이유가 있어 사라지는 안녕처럼
시간을 빨다 힘을 잃은 낙엽처럼
때가 되면 얼렁뚱땅 흔적 없이 사라진다.
애간장을 때우던 우려(雨慮)가 엷어지고
일상을 지우고 싶은 시샘이 잦아들면
초점 잃은 세상은 맑은 눈을 뜬다.
그러나 가끔 광란의 동행인으로
무모하게 생긴 상처와 깊숙한 가슴앓이를
한꺼번에 가져가는 시원한 맛이 있다.
오늘도 그것을 위해
꽃동산에 떨고 있는 파란 하늘을 보며
소나기 멍 때리기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