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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수분 Jul 10. 2024

달래야 거기는 어때?

달래야, 거기 호수에 물이 가득 차서 큰 나무 아래 풀섶까지 다 잠겨 버렸겠네.

어젯밤에 여기는 천둥번개가 으르렁 거리고, 동네 다리가 위험하다고 경고 메시지가 삑삑거려서 엄마는 잠도 잘 못 잤어. 다행히 아침엔 비가 그치고 창을 열 수가 있었지.


창밖으로 보이는 작은 저수지도 넘칠 듯 물이 불었네.

휘파람새가 자꾸 울고 있어.

엄마를 찾는 건지, 짝을 찾는 건지.

"휘이익----휘리릭"

"휘이익----휘리릭"


여름이 되면 달래에게 가는 길이 덤불로 막혀서 추석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해.

추석이 되면 지자체에서 한적한 수변공원을 깨끗하게 정비해 주더라고.


함께 놀던 곳 중에 제일 멋진 곳에 달래를 놓아주었더니,

갈길이 멀고 엄마 혼자 가기엔 좀 무섭고 그런다.

오빠가 올 때를 기다렸다가 함께 가야 해.


이번주말에 오빠가 오면 함께 갈게.

길이 막혔을까?

작년여름에도 칡넝쿨이 우거져서 큰 나무까지는 못 가고 돌아왔지.




달래야!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을 기억해?

2개월짜리 애기 시츄를 집에 데려와서, 온 식구가 밤새 부산스러웠지.

결국 엄마하고 잤잖아.


언니, 오빠는 달래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여기다 오줌 싸라"

"여기다 똥 싸라"

시끄럽고 귀찮았지?

그래서 아무 데나 쌌지? 하하


자연스럽게 산책 중에 해결하고 가끔 실수도 하면서 잘 살았지.

언니 오빠는 자꾸 커서 먼데로 공부하러 가버리고.

어느 날은 아빠도 가버리고.

모두 떠나고 우리 둘이 오래 살았다.


그래서 외로웠지?

엄마는 일하러 가고 달래 혼자 긴 시간을 보냈잖아.

영원히 달래한테 미안할 것 같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였을까?

사색하는 강아지였어, 달래는.

아니다, 우울한 강아지였나 보네......

아이고 안쓰러운 것.


꿈꿀 때를 빼고는 짖지도 않고, 떼쓰지도 않고, 먹는 건 좋아했지.

16년을 우리 가족으로 살아줘서 진짜 고마웠어.

그중에 절반은 우리 둘이 의지하고 살았구나.




달래가 떠난 지 1년 하고 3개월이 다되네.

멀고도 아름다운 곳에 너를 두고 온 것을 후회해.

가까운 곳에 너를 둘 것을.


엄마는 늘 달래 생각을 하고,

달래 사진을 보고,

달래 그림을 보고 그리움을 달래지.


달래도 영혼이 되어 엄마 생각을 할까?

달래가 떠난 곳은 내가 잘 모르지만 우리 함께 우주 안에 있다고 믿을게.

옥정호 자락에 평화로운 곳, 우리가 마지막으로 헤어진 그곳에서 만난다고 믿을게.


달래야!

우리가 가족으로 인연 맺어 살았던 세월을 '행복'이라고 함께 추억하자.

엄마는 너와 함께해서 외롭지 않았고, 너를 의지했고, 너의 체온이 내겐 위로가 됐지.

그러니까 우린 서로를 돌봐주었던 거야.


지금은 절대 외롭지 않게,

좋았던 기억만 간직하고,

가장 자유롭게 노래하는 영혼으로,

엄마랑 오빠랑 큰 나무 아래서 만나자!


2024년 7월 10일 / 달래에게 늘 미안한 사람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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