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래의 자서전(2)

- 미안! 너의 16년을 내가 쓰는 거.

by 화수분

1. 아빠랑 둘이서 집에 있기

나와 아빠만 집에 있다.
몇 밤을 자야 엄마가 올까?



엄마와 언니, 오빠는 미국여행 중이다.

아빠는 일 때문에 여행 갈 수없어서 나를 혼자서 돌봐주고 있다.

아빠는 아침 일찍 나가고 밤늦게 돌아와 나에게 밥과 물을 준다.

산책도 매일 못 나가고 그래서 할 수없이 책상 밑이나 방문 뒤에 오줌똥을 쌌다.

집에서 안 좋은 냄새가 많이 나는 것 같다.

엄마가 나를 목욕시키고 나서 보송보송 털을 말리고, 달콤한 복숭아 냄새가 나는 보습제를 뿌려 주면 기분이 참 좋았었는데......

아빠는 그런 거를 못한다.



나는 발을 많이 깨물고 침이 잔뜩 묻게 핥았다.

눈도 따갑고 아프다.

너무 심심하고 엄마 생각이 났다.
울다가 잠든 날 아침에 아빠가 내 엉덩이를 닦아주고 여기저기 방바닥을 닦고 이불도 세탁기에 넣고 한숨을

쉬었다. 내가 지나 가면 커피 또는 코피 자국이 또 여기저기 묻었다.

매일매일 그랬다.

나는 아빠에게 미안하고 엄마가 안 올까 봐 무서웠다.



어젯밤에 언니 오빠 엄마 다 같이 한꺼번에 집에 왔다.

나는 방방 뛰고 좋았다.
비어있던 방마다 주인이 돌아왔다.
언니 오빠는 자기들 방에 들어가 긴 잠을 잔다.





2. 엄마가 될 수 없는 수술



엄마는 나를 안고 동네 병원에 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나?
엄마는 나를 안고 집에 왔다.
잠이 쏟아져서 푹 잤다.
병원에 갔다 왔는데 배가 아프다.
가족들이 나를 쓰다듬고 안아주고 걱정해 주었다.

배 아픈 것이 점점 나았다.



나는 배가 아팠던 것 때문에 앞으로 강아지를 낳는 엄마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나는 슬프지 않지만 엄마는 슬프게 나를 바라봤다.

"달래야 미안해"라고 엄마가 말했다.

그건 맞는 말이다.

병원에서 돌아왔을 때 몇 밤 동안 정말로 많이 아팠으니까.

이젠 아픈 게 다 나아서 소파 위로 뛰어오를 수도 있다.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3. 나들이

날씨가 좋은 날 엄마 아빠 언니 오빠랑 차에 타고 모두 함께 나들이 간다.
오빠가 나를 안고 차창을 열었다.

바람이 훅훅 지나간다.
숨을 내쉬기 힘들어도 신나고 재미있다.
눈을 감고 혀를 내밀었다.
쎄하고 얼얼하고 조금 따갑다.
흙냄새 하고 상큼한 바람맛이 훨훨 날아다닌다.



나와 엄마는 밖에서 놀고 다른 식구들은 식당 안에 들어갔다.
나는 물만 조금 먹고 사료 밥은 먹기 싫었다.
맛있는 짜장면을 아빠랑 언니 오빠가 먹고 있나 보다.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서 낑낑 울었다.

언니 오빠가 얼른 나왔다.
그럼 그렇지! 맛난 냄새가 폴폴 난다.
이젠 엄마가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나를 언니에게 안겨주고 엄마도 짜장면 먹으러 갔다.

나는 못 들어간다.



저번에도 오늘 같이 번갈아 나를 맡기고 들어가서 맛있는 거 먹고 나왔다.

날씨 좋은 날엔 밖에 테이블에서 다 같이 식사할 때도 있다.

그땐 나도 맛난 거를 함께 먹을 수 있다.

점심을 다 먹고 다시 차에 타서는 나에게 고기 간식도 자꾸 주고 드라이브를 계속했다.
병원 선생님은 고기 간식을 못 먹게 하지만 엄마는 특별한 때에 내게 맛난 것을 많이 준다.


집에 돌아올 때는 모두 피곤하고 조용하고 기분이 안 좋을 때도 있다.
나도 피곤해져서 잠을 자면 누군가 나를 안고 집에 와서 조용히 방석에 내려놓고,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고 엄마는 부엌에서 한참을 달그락달그락하고 앞뒤 발코니로 다니면서 말없이 일을 한다.



며칠 후, 언니도 오빠도 큰 가방을 들고 새벽에 비행기 타러 떠나고 엄마와 나는 또 쓸쓸해졌다.

이른 아침 가방을 들고 아빠가 가고 또 엄마도 내게 안녕! 하고 가고 나면 나는 방석 위에 웅크리고 긴 잠을 잔다. 언니 오빠가 집에 오지 않고, 엄마 아빠는 매일 아침 일찍 일하러 나가고, 나는 엎드려 잠을 자다가 깨면 신발들이 놓인 현관에 가본다.



우리 식구들 냄새가 난다!

오빠냄새가 나는 건 오빠 슬리퍼, 아빠냄새가 나는 건 아빠 슬리퍼, 언니냄새, 엄마냄새 킁킁 맡아보다가 오빠방 침대 밑에서 또 엎드려 잠을 자고 있으면 엄마가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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