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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의 모습으로 산다

자연! 일상을 버티는 오래된 친구

by 화수분



10여 년이 흘렀다.

내 인생에 고단했던 인연들과 헤어지느라 허당을 짚고 걷는 듯 허둥허둥했다.

세월은 가고 허당을 건너 건너 난 이제 굳은 땅을 밟고 산다.


편안하고 고독하다.

한 사람이 살아도 온갖 세간이 다 필요하고, 살림을 하고, 엄연히 일상의 질서는 가지런하다.


엊그제 '느닷없는 공포'를 접하고 나는 동요가 없었다.

아, 화가 났었군.

그간에도 봐줄 수가 없는 정치인들의 불합리한 권력놀음에 눈을 흘기고 살았는데,

결국 광증을 부리는 꼴값에 한숨이 나왔다.


나는 정치권력에서는 멀지만 행여나 나의 일상에 불편부당한 일이 닥치는 건 아닐까 우려했다.

다행히 그날밤에 과거와 같은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다 해도 흔들린 시국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무해무탈한 일상을 사는 것이 우리 모두의 바램 아닐까?

정치인도, 사업가도, 내 주변도, 상식에서 너무 멀어지지 않기를 소망한다.

사람마다 집단마다 상식이 너무 차이 나지 않기를 바란다.


도심에 있는 산, 건지산에 갔다.

아직 단풍이 고운 잎을 다 떨구지 않았다.

오래된 사람들이 아름다운 길을 천천히 걷고 벤치에 앉아 휴식도 한다.


고독한 나는 때때로 자연을 찾아간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내 발로 걸어 들어가 만나는 것이 더 좋다.

자연에게서 위로를 받고 오면 독해진 마음도 누그러진다.


공기와 빛, 하늘의 색을 우리는 모두 공유한다.

누구의 울분과 탄식과 흥분과 울부짖음이 결코 나와 무관하지 않다.

어서 화평한 기운이 우리들의 가장 큰 공동체를 뒤덮어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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