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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매 꽃바람 쐬기

섬진강을 따라가는 길

by 화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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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춘삼월이지만,

한껏 봄맞이를 하기에는 맘이 편치가 않다.

온산을 태운 산불이 그렇고, 정의가 위태로운 정치판도 심란하고......


우리 오자매는 우주의 기운을 뿌리칠 수 없어서 번개로 꽃구경을 나섰다.

일요일 새벽 6시 반에 언니들끼리 만나서, 7시 반에 나와 합류했다.

오자매와 사위 둘, 일곱 명이 한차로 섬진강을 향해 출발!


너무 일찍 나섰으니 한 시간쯤 달리다가 경치 좋고 정자 좋은 도로가 공원에 차를 세웠다.

우리 자매들은 나들이를 할 때 자연스럽게 도시락을 준비한다.

때 없이 어디든 돗자리를 펼치고 밥 먹을 수 있고, 날씨가 안 좋으면 차 안에서 먹어도 되고.

가장 중요한 것은 만족하는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언니들은 식당음식에 자주 실망하는 편이다.


큰언니가 찰밥, 둘째 언니가 찌개와 나물, 셋째 언니가 김치와 고기, 넷째 언니가 커피와 장보기, 나도 한 두 가지 장만해서 펼쳐 놓으면 진수성찬이다.

꽃구경 가는 오늘도, 휴일 새벽부터 운전하는 형부를 생각해서 한바탕 이른 도시락파티를 하고 구례 산수유마을로 고고!


산수유 마을에 가까워지니 차들이 밀려들고 속도를 낼 수가 없다.

모두들 일찍 나섰구나.

우리 식구만 그런 게 아니었구먼.


산수유꽃은 이 동네 도로가에 어디나 흐드러지게 피었으니 굳이 주차장 같은 도로에 서있지 말자고.

적당한 곳에서 유턴하여 하동 쪽으로 차를 달린다.


섬진강을 따라간다.

뷰가 멋진 곳에 내려서 반짝이는 강물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형부가 사주는 커피도 마시고 바람을 맞았다.

순간, 강바람이 내 마음속에 근심을 들여놓는다.

산불 생각이 났다. 잠깐의 기도 밖에는 도리가 없다.


화개장터 지나서 다리를 건너 매화마을까지 창문을 열고 꽃향기를 맡으며 천천히 달렸다.

차에서 내려 홍매화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다시 다리를 건너 강물을 따라 돌아온다.

차가 그득하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 머물지 않고 지나치려니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뭘 좀 사 먹고 상품도 팔아줘야 지역에 도움이 될 텐데 구경만 하고 갈려니 양심에 찔림.


박경리 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평사리 최참판 댁으로 향했다.

동네 입구에 공원이 멋지게 조성돼 있다.

한가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에 이끌려 차를 멈추고 걸었다.


평평한 논이 드넓게 펼쳐진 평사리 초입에 강물, 습지, 정자, 산책로, 화장실등 누구라도 편안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공원을 만나서 횡재한 기분이 들었다.

두 분 형부는 금세 차에 올라 오자매를 기다린다.

어서 승차해 다음 코스는 화엄사 각황전 옆 홍매화를 보러 간다.


화엄사 아래 주차장은 만차요, 차가 가는데 까지 올라가 보자.

느릿느릿 차는 올라가고 느럭느럭 지친 사람들은 끊임없이 내려온다.

화엄사 경내로 주차를 허락해 줘서 휴, 다행이다.


매우 아쉽게도 홍매화는 아직 피지 않았고,

초파일 연등만 화엄사 골짜기를 색색깔로 물들여놓았다.

지치기 전에 마침맞게 부산한 틈새를 빠져나와 전주로 향한다.


점심때가 지나서 모두들 배고플 참이다.

남원 육모정에 들러서 밥 먹고 가자고 넷째가 과감히 제안한다.

어차피 귀갓길이니 좀 시간이 걸려도 경치 좋은 계곡으로 우리는 달렸다.


육모정은 춘향이 묘가 있는 곳이고, 지리산 구룡폭포 등산로 초입이다.

주차도 계곡과 가까워서 좋다.

다리 건너 평상에 둘러앉았다.

계곡 물소리도 곁들여 '진미식당'같은 도시락을 또 펼쳤다.


돌아오는 길,

알차게 보낸 긴 하루,

피곤하고 짜증 난 사람 아무도 없다.


큰 형부가 휴게소에 들러서 부라보콘을 사줬다.

다음에도 꼭 데려가 달라는 뇌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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