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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수분 Sep 24. 2023

어쩌다 승마

- 산행대신 말타기.

"언니, 비 온다는 예보 있었어?"

"응, 비 온다고는 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온다."

"나는 왜 몰랐지?"


세 사람이 산행준비를 하고 부안 내변산을 향해 가고 있었다.

산행을 포기할 만큼 비가 내렸다.


"어디로 가지?"

"예쁜 정자가 있나 찾아보고 거기서 점심이나 먹고 신시도로 가자."


우리는 오늘 내변산 산행 후 고군산 군도 중 하나인 신시도의 자연휴양림에서 하루 자고 오기로 했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우정이가 전화를 한다.


"네, 선생님 이리저리 한데 어디서 뭐를 하면 좋겠어요?"

"아, 아리울 승마장?"


부안에 계신 우정이 지인께서 승마장을 추천해 주셨고 우리는 동의했고 찾아갔다.

구경만 하는 게 아니고 직접 말을 타보기로 하고 사장님이 안내해 주시는 대로 각자 말위에 올랐다.


오래전 여행지에서 몇 번 타본 게 전부인 승마체험을 오늘은 어쩌다 산행대신 갑자기 선택하게 됐다.

'기우뚱기우뚱' 나를 태운 말의 걸음마다 내 몸이 흔들리고 내가 안간힘을 써서 고삐를 쥐었기 때문에 

'쵸코'라는 덩치 작은 말이 몹시 불쾌하지 않았을까?

마사 안으로 데리고 가면서 많이 쓰다듬고, 고맙다고 여러 번 말해 주었다.


지붕이 있는 체험장안에서 원을 그리며 약 30분 정도 걷거나 가볍게 뛰어보는 체험을 마치고 사장님의 배려로 회원들의 휴게공간에서 도시락을 먹고 다음 목적지 신시도를 향해 '아리울 승마장'을 떠나왔다.


오늘 점심은, 낯선 정자에서 들이치는 비를 피해 가며 처량하게 식은 도시락을 먹을 뻔했는데, 우정이의 전화 한 통화로 연결된 우리들의 행운이 '달콤하고 쌉쌀한 초콜릿'처럼 기분 좋은 여운을 오래오래 남겨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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