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수분 Oct 31. 2023

열다섯 시간 침대에 누워있기

- 번아웃?

직접 참여하는 문화생활

은퇴한 중년에게 취미생활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일주일의 스케줄을 적절하게 배치하고, 특별한 행사계획이 잡히면 열정을 다해 준비하고, 행복하게 즐기며 행사를 마친 다음, 회원들끼리 피드백도 주고받으며 보람 있는 시간을 갖는 일은,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에 꼭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지난 주말 나는 두 개의 커뮤니티에서 행사를 치르느라고 토요일과 일요일을 온몸으로 불살랐다.

토요일엔 '가을 저녁 춤과 음악의 콘서트'를

일요일엔 '전주농악보존회 정기 연주회'까지 가을 잔치 두 가지를 마치고 나서 모든 기운이 소진됐다.




색소폰, 한춤, 양춤

노교수님의 피아노 선율과 어우러진 아마추어 음악가의 색소폰연주.

교방무 명인의 매혹적인 한국춤.

열정으로 준비한 우리 라인댄스회원들의 다양한 양춤.

우리는 행사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과연 이 조합이 잘 어울릴까 우려했었다.

그런데, 그것은 우리들의 기우였다.

천장이 높고 조명이 그윽한 카페에서 품격 있는 콘서트를 성황리에 잘 마쳤고, 모두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자평했다.







전주 한옥마을 경기전 앞마당잔치

날씨가 한없이 화창해서 의상을 갖추는 회원들의 뺨에서 빛이 났다.

하얀 민복에 파란 조끼를 걸쳐 입고 미투리를 신고  빨강, 파랑, 노랑 삼색띠를 매고 고깔을 쓰고 장구를 매면 나의 의상은 완성이다.


상쇠 선생님은 하얀 민복에, 색동소매가 달린 빨간 마고자를 입고 삼색띠를 매고, 타조깃털로 탐스럽게 꽃을 빚어 높게 꽂은 부포를 쓰고 꽹과리를 든다.

스물다섯 명 회원들이 각자 의상을 뻗쳐 입고 서로 사진을 찍고 집합을 알리는 징소리를 기다린다.


전주 한옥마을엔 주말이면 국내외 관광객들이 물결을 이룬다.

손님들이 제일 많이 찾는 경기전 앞마당에 진을 쳤으니, 벌써 굿을 기다리는 손님들로 앞마당이 북적거린다.

'전주농악 정기연주회'인데 이번 공연엔 특별히 '여성농악단'에서 활동하셨던 원로 수소고 '장영순 선생님'께서 함께 참여해 주셔서 더욱 뜻깊은 행사가 되었다.


본공연을 마치고 뒷굿을 칠 때 남녀노소, 외국인들도 한 무리가 되어 눈부신 가을하늘아래 덩실덩실 대동 마당이 완성되었다.

한 사람도 마음속에 근심 없이 온전히 기쁘고 행복한 세상이 되기를 기원했다. 제발!






재충전은 침대에서

단순히 관람하는 취미가 아니라 몸으로 배우고 익히는 취미활동은 노력과 에너지가 더욱 필요한 일이다.

책 읽고, 글 쓰고, 춤추고, 장구 치는 게 이제 내 생활의 루틴으로 자리 잡았다.

정중동의 밸런스가 제법 조화롭다.


우리 가족들은 제 각각 흩어져 살고 있으니, 각자 각자 스스로를 케어해야 한다.

지난봄에, 나와 함께 살던 강아지 '달래'를 떠나보내고, 나는 혼자서도 잘 살고 있다.

때때로 달래 생각에 마음이 가라앉기도 하지만 글('달래의 자서전' 브런치북)로써 공감을 나누고 난 후로 많이 안정된 걸 느끼고 지낸다.


이번 가을은 우울감을 느낄 새도 없이, 배우고 익히는데 온 정신을 쏟고 있다가,

지난 주말, 두 가지 공연을 마치고 번아웃이 왔다.

멍하고, 허탈하고, 집안에서 움직이다가 멈추고, 여기저기 자꾸 앉아 있고.


월요일 점심약속에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집안정리를 대충 하고, 작정하고 침대에 누웠다.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침대에 누워 지냈다.

배가 고파서 일어나 밥을 해 먹고 과일주스를 마시고, 그 간의 일을 기록하다 보니 마음이 좀 가벼워진다.


글을 써서 심신을 해독하는 것, 매력 디톡스!!!











매거진의 이전글 L여사의 너무 긴 하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