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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수분 Nov 18. 2023

감쪽같이 첫눈이, 간밤에?

- 주말 아침풍경

토요일 아침, 침대에서 꾸물거리다 7시쯤 거실로 나왔다.

왓? 뽀얀 창밖이 겨울왕국이 돼있다.

이런 설경을 본 적이 언제였나?


습지, 길, 다랑논, 숲, 산맥, 하늘, 차곡차곡 시야를 채워 주는 거실 창밖의 풍경이 한없는 축복이다.

"제가 무한히 감사한 이 풍경을 혼자 다 누려도 될까요?"

"이따가 9시쯤 큰길은 다 녹게 해 주세요. 저 외출합니다."


이사 잘 왔지!

이런 뷰가 있는 줄도 모르고 계약했던 임대 아파트인데 나날이 기쁨이다.

겨울 내내 설경을 즐기다 보면 또, 오지게 새 봄이 오겠지.


도로는 얼면 안 되고, 나무와 논밭에 솜사탕 같은 함박눈이 겨우내 쌓이면 날마다 마음이 푸근하겠다.

내 차는 후륜구동, 도로가 얼면 빙그르르, 작년 겨울 20분 거리를 두 시간 걸려 집에 지.

엉덩이를 들고 핸들을 꼭 쥐고,

"으, 으으으으"

"으으으으"

집에 도착하니 머리에서 연기가 났다.

입에서는 단내가 나고 다리는 후들거렸다.


그러고도 차를 못 바꿨다.

못 바꾼 것이 차뿐 아니지만.

올 겨울도 엉금엉금 지내야 한다.

은퇴한 입장에 서보니, 번듯하니 큰돈 쓰기가 머뭇거려지고, 작은 돈도 자꾸 헤아려지고.


10년도 넘게 탄 내차는 기름도 많이 먹고, 주차도 번거롭고, 바꿔야 할 이유는 여러 가지라도, 장점도 많은데 선뜻 남주기도 아깝다는 핑계를 대며, 동고동락하다가 이렇게 겨울을 맞으면 또 맘이 쏨--해진다.


올 겨울엔, 설경은 환상이라도

부디, 도로는 급제설 되기를 간절히 희망하면서 너무 일찍 맞닥뜨린 첫눈을 기꺼이 환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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