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우리의 글은 쓸모가 있다.

by 글밤

프롤로그. 우리의 글은 쓸모가 있다.



살아가면서 쓸모만을 생각하고, 필요만을 추구하며 산다는 것이 어쩌면 조금은 세속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정도 기본적인 부분이 충족되어야, 그다음의 생각과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역시 인정해야만 한다. 그러기에 쓸모만을 생각한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글쓰기를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글을 쓰는 것이 지금 당장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는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글을 쓰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글을 삶에서 어떤 위치에 두고 있을까?


'글쓰기’의 사전적 의미는 생각이나 사실 따위를 글로 써서 표현하는 일이다. 그리고 ‘글’은 생각이나 일 따위의 내용을 글자로 나타낸 기록이다. 다시 말하면 생각을 적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일을 적는 것도 해당되지만, 그 일에 대한 생각도 추가되기에)


생각은 우리 안에 있지만, 형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흩어지고, 잊혀진다. 즉. 글이란 우리의 생각에 형태를 부여하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감정도 포함된다.

매일 살아가면서, 다양한 일들을 겪는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뜻밖의 일을 마주하는 경우, 그리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갈 때도 드는 생각과 감정을 우리는 기록하고 싶다. 그것을 어떤 형태로든 말이다. 블로그나 SNS를 이용할 수 있도, 일기를 쓸 수도 있고, 자신만의 개인적인 메모로 남길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글을 쓰고 있다.

처음에 적은 것처럼 글이 당장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글은 쓸모가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먼저, 글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 너무나 틀에 박힌 이유와 비유지만, 사실이기에 다시 한번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가 사는 현실 속 세상이라는 삶과 ‘글’이라는 생각 속의 세상이 만들어내는 합집합, 교집합을 통해서 우리의 전체적이면서 개인적인 세상은 더욱 커지고 풍성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형태가 없는 생각이 눈앞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마주했을 때, 흘러가는 감정을 적을 때 우리는 조금 더 우리를 돌아볼 수 있게 된다.

우리는 흘러가는 시간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도, 멈추게 할 수도 없다.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해가고 잊힌다. 하지만 우리가 글로 적은 생각과 감정은 퇴색되지 않고, 시간이 멈춘 채 존재한다. 그리고 다시 읽었을 때, 그렇게 멈춘 시간은 각자 자신만의 속도로 다시 흐르고, 현재의 시간 속으로 흘러들어 현재의 삶 속에 스며든다.


우리가 지금 읽고 있는 책들, 글은 그렇게 시간과 공간을 넘어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와 우리에게 영향을 준다. 뛰어난 인물이나 유명 작가의 글, 아주 오래전에 쓰여진 글 속에서의 삶을 들여다보면, 조금 전까지 나를 힘들게 했던 감정이나 고민, 힘듦이 인간이라면 마주하게 되는 보편적인 문제임을 인식하게 한다. 혹은 서점에서 펼쳐보며 우연히 읽은 한 문장이 나의 상황을 대변할 때가 있다. 인터넷에서 클릭하다 읽은 전혀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글이 나의 마음에 와닿을 때도 있다.

글이 만들어 내는 친밀감. 이 친밀감은 글만이 만들어 낼 수 있다.

내가 쓰는 글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친밀감을 가지게 할 수 있다. 생각을 공유하고, 감성적으로 연결되고, 감정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친밀감.

글이 꼭 길 필요도 없다.

몇 개의 단어, 하나의 문장도 생각을 담아낼 수 있고, 그것도 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이라는 범위를 우리가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말이다.

글은 결국 우리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 것이다. 그리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다 보면, 우리 앞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쓸모에까지 도달할 수도 있다.

글은 이 세상에 수많은 방향과 길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의 글은 쓸모가 있다.

그러니, 작은 글이라도 써보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 손에서 탄생한 글 속의 삶은 우리의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 것이다. ⁠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