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흔들림 없이 흘러간다.
외부의 그 어떤 것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대부분의 많은 순간, 그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느끼지 않은 채 살아간다.
그러다가 어느 일정한 만큼의 시간이 지나고 문득 생각한다.
하루, 일주일, 한 달, 일 년, 인생의 한시기 등.
그제야 시간이 우리에게 남겨준 것들을 되돌아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이지만, 남겨준 것들에는 물리적인 형태를 띠는 것도 있다. 실질적으로 변화된 모습이라던가 환경처럼 말이다. 때로는 감정들과 생각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막연하게 시간이 지나가버렸다는 허탈함, 상실감에 휩쓸릴 때면 주위를 멍하게 바라본다.
특정한 무엇을 보겠다는 것보다, 그 어디에서라도 시간의 실체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허망한 기대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있다 보면 어제와 똑같은 장소에 있지만, 나는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시간, 시간의 흐름이 있다는 사실도. 더욱이 그 다름이 눈에 보이는 변화가 아니라 내 의식 속, 내 삶 속에서의 달라짐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면 슬픔이 밀려든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슬픔은 삶에서 사라지는 가능성에 대한 슬픔이다. 내가 할 수도 있었던 일, 살 수도 있었던 삶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물론 앞으로의 시간 속에 가능성은 얼마든지 남아있지만 말이다.
우리는 시간의 시작을 보지 못했던 것처럼 시간의 끝도 보지 못한다. 시간의 경로 그 어디쯤 유한한 한 지점을 살아갈 뿐이다. 그러기에 시간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 시간의 영향을 받는 자연의 일부이고, 그렇기에 우리 역시 자연법칙을 따른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슬픔은 이제 내 삶에서 없어진 가능성에 대한 슬픔이다. 더는 할 수 없는 일, 더는 살 수 없는 삶, 더는 볼 수 없는 사람에 대한 회한이다.
오늘의 시간을 보내면서는 알 수 없을 것이다.
지나고 나서야 내 삶에서 사라져 버리는 인생의 일이었음을, 그것이 내 삶에서 그 행동을 하는 마지막 시간들이었음을, 그 당시 시간이 지날 때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시간이 지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