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남겨준 것들(2)

by 글밤


시간은 흐른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지나간다.

매일 같아 보여도 무엇 하나 멈춰있는 것은 없다.

같은 강물에 두 번 손을 담글 수 없다는 말처럼.

이 세상 모든 것은 어떤 방향이든 어떤 모양이든 각기 달라지고 지나간다. 그것을 흐른다고 표현할 수 있다면, 이 세상은 흐른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우주는 시간이 흐르고, 그 시간의 흐름과 함께 모든 것들은 흐른다.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 흐른다. 하지만 시간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개념이듯, 과거나 미래 또한 우리가 시간을 분리하고 나눈 하나의 개념일 수도 있다.

현재를 살아가지만, 온전히 이 순간에 머물러있는 것이 얼마만큼이나 가능할까를 생각해 보면, 과거와 미래 중 하나가 현재를 침범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과거는 언제나 긴 꼬리를 드리우고, 현재에 걸쳐져 있는 느낌이다. 여전히 어렸을 때 기억이나 지나온 삶의 한 장면들이 불쑥불쑥 떠올라, 현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감정과 생각의 틀을 형성하며, 그렇게 쌓인 틀이 삶의 시각을 고착화시키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거의 영향력 아래 살아가는 지금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시간일까?

또한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는데, 경험해 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지금에 있을 수 있을까?

우리가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은, 미래를 꿈꾸기 때문이다. 꿈꾸거나 희망하지 않는다면, 시작은 있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미래의 달라질 모습이 현재의 나를 행동하게 만든다. 반대로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면, 현재에 대한 의지마저 꺾이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미래에 대한 앞선 결과를 바라보는 지금은 온전한 현재의 시간일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결국 시간을 우리가 이해하는 방식으로 구분 짓는 것이 무의미해 보인다. 애초에 처음과 끝, 시작점과 도착점, 그 어떤 것도 우리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니까. 인간은 세상의 많은 것들을 변화시키고, 때로는 자연을 초월하는 유일한 존재일 때도 있지만, 시간 앞에서는 절대적으로 무기력한 입장일 수밖에 없다.


시간은 흐르면서 나의 모습도 변화시킨다.

그것이 내가 원하는 모습이건 그렇지 않건, 시간은 신경 쓰지 않는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도 흘러가는 것이다. 지금이 아닌 시간으로 역행하려 하지 않고, 멈추어 있으려 저항하지 않고, 시간의 흐름에 맞추어 나도 흘러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자세가 시간에게 주도권을 내어주고 시간에 끌려다니겠다는 뜻은 아니다.


내 마음은 과거와 미래에 휩쓸릴 수도 있지만, 행동은 현재에 머무르며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이 하릴없이 부유하지 않도록 지금 이 순간 속 시간의 속도에 맞추어 나가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시간과 함께 흘러간다는 의미다.


시간은 그냥 흘러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는 모든 변화가 있다. 거기에는 내 삶의 모습도 포함된다. 나는 바란다. 지금으로부터 앞으로의 어느 순간이든 시간이 남긴 내 삶의 모습을 바라볼 때 시간에게 고마워할 수 있기를.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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