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떠오르는 노래.

by 글밤


며칠 사이에 갑자기 추워진 날씨를 경험하면서, 오래전 노래의 가삿말이 떠올랐다.



‘가을에 서둘러 온 초겨울 새벽녘에’

변진섭 /숙녀에게 에서


이보다 더 정확히 어울리는 표현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새벽의 차가움을 마주하고 있다. 안 그래도 짧은 이 가을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버릴까 생각하면서.

상대성이론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시간이 가진 상대성의 의미를 내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여름은 하루하루가 참 길었는데, 가을의 하루는 너무 짧다. 해가 일찍 지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가속도가 붙는 느낌이랄까?

달력의 숫자가 12월의 마지막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그런 느낌이다. 결승점을 두고, 남아있는 마지막 속력을 내는 것처럼 말이다. 가을은 그렇게 나를 빠르게 지나쳐가고 있고, 겨울은 바로 앞에 와 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지난 시간은 모두 찰나 같은 느낌으로 남는다는 것.

한 해의 봄, 힘들었던 여름마저도 한순간처럼 느껴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들에는 길고 짧음은 없다.

하지만, 다른 상대성이 존재하는 것만 같다.

아주 어렸을 때의 기억부터 며칠 전의 기억들은 모두 기억 속의 같은 자리에 머물고 있다가 어떤 것을 마주했을 때, 나에게 가깝게 다가온다.

서둘러온 초겨울의 날씨에 떠올린 노래처럼.

시간이 지나도 어떤 노래나 영화는 계속 회자된다.

요즘에는 오히려 예전 노래들이 다시 관심을 끄는 경우도 많아졌다. 사실 많은 영상매체들은 시간을 초월하게 만든다.

책도 시대와 시간을 초월해서 읽히지만, 특별하게 선물 받았거나 어떤 상황에서 구입한 것이 아니라면 내용이 더 기억에 남는 편인데, 영화나 노래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영화를 봤던 순간, 그때의 감정과 느낌, 그 음악을 들었을 때 내가 봤던 풍경들을 생각나게 한다.

얼마 전 친구와 ‘연의 편지’를 봤다. 내용도 좋았지만,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인생의 한 시기를 떠오르게 만드는 아련한 감정이 자꾸만 내 안에서 생겨나는 느낌이어서, 이제 영화의 OST를 들으면 영화의 장면뿐만 아니라, 나의 그 시절도 함께 소환된다.

가을빛으로 물든 하늘을 보면 이미 내 안에서 울리는 노래들이 있는 것처럼 여기에 더해서 이렇게 가을을 앞지르려 하는 겨울밤을 느낄 때마다 나는 또 저 노래가사말을 떠올릴 테고, 이 가을의 풍경들도 생각하게 될 것만 같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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